“북·미 불신 해소 역할로 충분”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지 말 것 주문
김정은이 직접 나서는 만큼 ‘통 큰’ 결단 기대하는 시각도
과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 관여했던 인사들은 대북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핵 동결’ 또는 ‘조건부 비핵화 대화’ 의사를 확인하고 돌아오면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과 직접 핵 문제를 협상해본 대북 특사들은 한 차례 방북에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가장 최근인 2007년 대북 특사로 파견됐던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은 5일 “이번 특사단은 남북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핵 폐기의 가장 큰 장애 요소인 북·미 간 불신을 해소해 주는 역할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북·미 대화가 시급한 과제인 건 맞지만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 든다”면서 “북핵의 완전한 폐기는 10년 이상 걸리는 문제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2007년 8월 노무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두 차례 방북해 그해 10월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김 전 원장은 이때 노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다.
2000년 6월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1차 남북 정상회담을 물밑 조율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김정은과 특사단 면담에서 핵 동결을 입구로 해 최소한 비핵화가 거론되면 이번 특사단은 성공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 3명을 풀어주는 제스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남북 정상회담 전 중국, 싱가포르에서 송호경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수차례 회담했다. 박 의원은 “2014년 개성에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만났을 때 그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를 예로 들며 ‘비핵화는 절대 없다’고 했었다”며 북한이 당장 비핵화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김정은이 특사단을 직접 만난 만큼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과거 경험상 정부 인사가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만났을 때 대부분 합의가 도출되고 해법이 나왔다”며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밝히고, 조건부 비핵화 대화 의사를 표명하면서 북·미 대화 중엔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선언 정도는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1차 남북 정상회담 때 수행원으로 방북했다.
이관세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상당히 고도화됐기 때문에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차관은 2005년 6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대북 특사로 방북했을 때 수행원으로 함께 갔었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차 방북해 김정은을 만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김정은은 국제정세에 밝고 배짱이 좋다”며 “김정은이 통 큰 결단을 할 수 있도록 특사단이 다각도로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지혜 조성은 기자 jhk@kmib.co.kr
역대 특사들 “핵동결·조건부 비핵화 ‘대화 의사’만 끌어내도 성공”
입력 2018-03-0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