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이자 바티칸 서열 3위인 교황청 재무원장을 맡아온 조지 펠(76·사진) 호주 추기경이 5일(현지시간) 아동성범죄 혐의로 법원에 출석했다. 펠 추기경처럼 교황청 최고위직이 세속 법정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펠 추기경은 이날 오전 취재진과 신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호주 멜버른 치안법원에 출석했다. 법원 입구에선 지지자들이 ‘여론재판은 안 된다’ ‘진실이 당신을 자유롭게 할 것’ 등의 팻말을 들고 펠 추기경을 응원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펠 추기경은 40여년 전 고향 빅토리아주에서 다수의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됐다. 호주 경찰은 1년여 수사 끝에 그가 최소 3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짓고, ‘역사가 있는 성폭력 혐의’라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구체적인 범죄 사실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고, 약 4주간 진행될 이번 재판에서도 피해자 증언 등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펠 추기경 측은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중 일부가 고령으로 사망할 정도로 오래된 사건이기도 하다.
바티칸 최고위직 성직자에 대한 형사재판은 유례없는 일이어서 재판 결과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뿐 아니라 가톨릭교회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교황은 그간 성직자 성범죄에 관해 ‘무관용 원칙’을 강조해 왔지만,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일단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교황청 추기경 자문단은 호주·남미의 교회가 잇따라 성범죄와 연루되자 각국에 성직자 성범죄 전담 재판부를 확대하는 개혁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아동성범죄 혐의로 법정 선 ‘바티칸 3위’ 조지 펠 추기경
입력 2018-03-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