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다 주고 떠난 미얀마 근로자… 韓人 4명에 새 생명

입력 2018-03-06 05:03

불의의 사고로 뇌사에 빠진 40대 외국인 근로자가 4명의 한국인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 6년간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성실히 살아온 외국인 근로자의 국경을 초월한 숭고한 생명나눔이 주변을 숙연케 하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경남 밀양의 자동차부품 공장에 다니던 미얀마 출신 윈톳쏘(44·사진)씨는 지난 1월 21일 작업 도중 사고를 당해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잠시 호전됐으나 지난달 13일 새벽 갑자기 심정지가 찾아왔고 2주간 집중치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나빠졌다.

의료진으로부터 뇌사에 준하는 상태라는 얘기를 들은 가족들은 지난달 27일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다. 뇌사판정위원회를 거쳐 지난 3일 그의 심장과 간, 신장(좌우)은 4명의 한국인 환자에게 이식됐다.

미얀마 양곤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윈톳쏘씨는 2012년 초 취업 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일했다. 성실히 근무한 점을 인정받아 회사로부터 우수 외국인 근로자로 정식 초청받았다.

가족들에 따르면 윈톳쏘씨는 고향에서도 자신보다 남을 먼저 살피는 삶을 살아왔다. 사비를 들여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고 신장이 안 좋아 수술한 친지의 병원비를 지원했다.

윈톳쏘씨의 누나는 “동생이 평소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항상 나눠주려 했기 때문에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기뻐할 것”이라고 했다.

가족들은 장기 기증에 따라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장례비 등 540만원을 전액 어린이를 돕는 국내기관에 기부하기로 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