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7일 가습기살균제 재조사 사건을 심의하면서 애경과 SK케미칼에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은 지 7년 만에 제대로 된 제재를 한 것이다.
고발 요청을 받은 검찰이 사건을 조사하다 공정위 결정의 심각한 오류를 발견했다. 옛 SK케미칼은 공정위 제재 두 달 전에 SK디스커버리와 신설법인 SK케미칼로 분할됐다. 공정위 제재 대상인 기존 SK케미칼이란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회사’가 된 것이다. 지난달 7일 있었던 첫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위원장인 김상조 공정위원장을 포함해 상임·비상임위원 9명은 누구도 옛 SK케미칼이 이미 존재하지 않는 법인이라는 걸 모른 채 심의를 진행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오류였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날 공정위는 재심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오류를 바로잡지 못했다. 공정위는 재심의에서 SK디스커버리도 검찰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번 회의 때 이미 신설 SK케미칼을 제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검찰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에 첨부한 사업자등록증이 신설 SK케미칼이라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재심의에서 새로 생긴 두 법인(SK디스커버리, 신설 SK케미칼)을 모두 제재 대상에 올려야 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애초에 신설 SK케미칼을 제재했고, 재심의 과정에서 SK디스커버리를 포함시켰기 때문에 두 회사를 모두 제재했다고 주장한다. 사업자등록증만 신설 SK케미칼일 뿐 고발과 과징금 부과 대상은 옛 SK케미칼인데도 제대로 처벌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위원은 “피심인이 누군지 모른 채 잘못된 제재를 가해놓고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자신들의 잘못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성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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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이성규] 오류 바로잡지 못하는 공정위
입력 2018-03-05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