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조정 미루며 폭탄 돌리기할 때 아니다

입력 2018-03-05 17:33
친(親)노조 성향인 문재인정부 들어 산업 구조조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산소호흡기를 떼야 하는 부실기업을 정부는 그냥 껴안고 가자고 한다. 명색이 일자리정부인데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더 사라지게 한다는 비판이 두려운 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표가 달아나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노조는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떼를 쓰고 있다. 정치 논리가 경제에 개입하면서 구조조정이 산으로 가고 있다. 결국 폭탄 돌리기를 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채권단의 해외매각 결정에 반발해 9일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인다고 한다. 15일에는 총파업도 계획 중이다. 노조 간부 2명은 지난 2일부터 광주공장 인근 송신탑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임금삭감과 복지혜택 축소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도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인데 지금이 파업할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칙대로 처리했다면 금호타이어는 지난달 말 법정관리에 들어갔어야 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차입금 1조3000억원 만기를 연장해주는 조건으로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버텼고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법정관리 결정을 미루고 중국계 더블스타에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금호타이어 존속가치는 4600억원인 반면 청산가치는 존속가치의 배가 넘는 1조원에 달한다. 부실기업 처리를 미루고 있는 채권단이나 회사가 망해가는 와중에도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노조나 딱하다.

부실이 누적돼 퇴출시키려 했던 성동조선과 STX조선도 살리기로 방향이 정해졌다고 한다. 정부는 성동조선을 수리전문 조선소로 재편하고 STX는 인력을 추가로 감축하기로 하는 조선업 구조조정방안을 8일 발표한다. 성동조선은 2010년 자율협약에 들어간 뒤 채권은행으로부터 2조6000억원을 지원받았다. STX조선에는 2013년 자율협약 이후 4조6000억원이 투입됐다. 두 회사는 이미 지난해 말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컨설팅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가 산업과 일자리 측면을 고려하겠다며 구조조정을 미뤘다. 얼마나 더 많은 혈세를 쏟아 부어 좀비 기업들을 끌고 가려는지 답답하다.

한국GM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를 철회하라면서 기득권은 내려놓지 않고 있다. 망해가는 회사가 퇴직위로금으로 2억∼3억원씩 퍼주고 차량 구입비에 2년간 자녀 대학 지원금까지 선심을 베풀고 있다. 이러면서 세금을 지원해달라고 하니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눈치를 보고 있으니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미루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