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 봇물…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해볼까

입력 2018-03-06 05:03

건축된 지 3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단지들이 쏟아지고 있다.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 대신 고쳐서 다시 쓰는 리모델링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서울시가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서울시는 ‘서울형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기본 모델 도출을 위해 5개 내외의 시범단지를 만들겠다고 5일 밝혔다. 신청 대상은 준공 후 15년이 경과된 아파트단지다. 다음 달 2일부터 6일까지 시범사업 참여 단지를 모집한다.

서울시 주택건축국 관계자는 “앞으로 10년, 20년 사이에 노후 공동주택들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온다. 이것들을 다 재건축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계속 놔두면 슬럼화가 된다”면서 “리모델링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재건축이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리모델링이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연면적 비율)이 200%를 넘어가는 노후 아파트단지들도 많은데, 통상 용적률 200% 초과 시에는 재건축에 사업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다양한 유형의 리모델링 시범단지를 만들어 향후 어떤 유형의 공동주택 단지라도 모델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신청서가 접수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전문가들을 파견해 컨설팅을 제공하고, 시범단지로 선정된 아파트단지에는 기본계획 수립, 추정분담금 산정, 1차 안전진단 비용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집값이 많이 안 오른다는 인식이 있다. 또 기존 건축물 뼈대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평면구조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기 어렵다. 그러나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정비구역 지정 단계가 없기 때문에 사업기간이 재건축보다 3∼4년 짧다. 비용도 적게 든다.

서울시는 세대수 증가 없이 기존 주거 성능을 유지하면서 선택적으로 시설을 개선하는 저비용 유형부터 세대수를 늘리고 기존 주거의 전체적인 성능을 향상시키는 고비용 유형까지 다양한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시범사업을 통해 리모델링 관련 제도나 법규 개선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정유승 주택건축국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좋은 모델들이 제시되면 리모델링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