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축제 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적인 관심 속에 우리 국민의 선진 의식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 특히 남북 단일팀은 평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총 17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세계 7위의 저력을 보여줬다.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한 선수와 자원봉사자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번 올림픽을 돌아보며 스케이팅 종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네덜란드에 주목하게 된다. 네덜란드가 유독 스케이팅 경기에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100년이 넘도록 내려오고 있는 역사적 전통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 전통은 네덜란드 북서부 지방에서 열리는 11개 도시연결 스케이트 대회(Elfstedentocht)에서 찾을 수 있다. 네덜란드 북서부 지역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게르만족과 대치했던 곳이다. 이 지역에서 마을을 이루고 살던 사람들은 북해의 강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이 되면 운하와 호수 위에 쌓인 눈으로 고립되기 일쑤였다. 이웃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스케이트나 썰매를 이용해야 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살려 1890년 11개 도시를 연결하는 스케이트 대회를 구상하게 됐고 1909년 마침내 첫 경기가 열리게 된 것이다.
총거리가 200㎞에 달하는 이 대회는 1997년까지 불과 15회만 개최될 수밖에 없었다. 안전을 위해 얼음두께가 15㎝ 이상이어야 열린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경기에는 300명의 선발된 선수 외에도 2만 명의 아마추어 선수 및 일반인이 출전해 장관을 이루게 되는데 중간에 위치한 마을마다 각종 음식 및 숙박을 제공하는 국민적 축제로 승화됐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아 대회를 열지 못함에 따라 스케이트나 썰매 대신 자전거 경기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이 대회는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먼저 상생과 협력을 통한 사회적 합의의 전통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대회가 치러지는 스케이팅 코스는 조상들이 만든 운하를 따라 조성됐기 때문에 모든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처음에는 코스를 놓고 이런저런 논란이 있었으나 각계각층의 대표들이 모여 합의를 통해 코스를 확정했다.
이러한 전통이 있기에 네덜란드 국민은 경제가 어려울 때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2년 체결된 바세나르 협약이다. 임금 안정과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담은 간단한 문서였지만 노사의 사회적 협약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상대에 대한 배려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의 종교로 이뤄진 대부분의 유럽국가와는 달리 네덜란드는 가톨릭과 개신교가 양립하는 특수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적인 이념도 굉장히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사회가 특별한 갈등 없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스케이트 대회와 같은 전통 때문이다. 다양한 종교와 이념을 가진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어우러질 수 있는 자리를 주기적으로 마련함으로써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관용과 배려의 문화를 만들고 유지했던 것이다.
끝으로 국민적 자긍심의 상징이다. ‘세상은 신이 창조했으나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표현이 있다. 네덜란드는 전 국토의 약 27%가 바다보다 낮다. 특히 남서부의 간척지(polder) 중에서는 해수면보다 6.7m나 낮은 곳도 있다. 경기가 열리는 프리츠란드 지역은 지형적 악조건을 특유의 지혜를 통해 스포츠로 활용해 국민적 자긍심의 상징이 되고 있다.
오는 9일부터는 패럴림픽이 열리게 된다. 이를 계기로 소외된 약자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 패럴림픽이 우리 사회에도 사회적 합의, 상대방에 대한 배려,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더불어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동반성장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기고-권기홍] 패럴림픽과 동반성장
입력 2018-03-05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