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저녁 이정훈(울산대) 교수를 초청해 ‘교회가 나라의 심장이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했다. 그가 누구인가. 젊은 시절, 인간 존재의 근원을 파헤치고자 출가하여 법사가 됐던 사람이다. 그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은 너무 광대해 일단 접어두고 사회 문제에 천착하다가 혁명을 꿈꾸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사회혁명에 있어서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이 교회와 크리스천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 초기 멤버로 활동하며 한국교회를 해체시키는 정책과 법안을 만드는데 몰두했다.
급기야 국가공무원법 사립학교법개정안 지방자치법개정안 등을 입안해 우리 사회의 모든 공적인 영역에서 기독교 신앙을 표방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했다. 이걸 더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절간에 칩거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를 무너뜨릴 목적으로 기독교TV 방송을 보다가 “나는 주님 앞에 죄인입니다”라는 한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며 “웃기고 있네. 왜 내가 죄인이야, 너나 잘 하세요”라고 조롱했다. 그런데 그 순간 혀가 굳으며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긴박한 죽음의 위기를 느끼는 순간 회심해 주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교회를 해체시키기 위해 연구했던 교회사와 사상사의 지식과 이론들을 교회 수성하는 일에 쓰기 시작했다. 그가 연구한 결과 오늘날 반기독교 사상과 문화의 이면에는 후기구조주의라고 하는 철학적 사조,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하는 문화변혁, 또 정치적 영역에서는 네오 마르크시즘의 태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네오 마르크시즘은 공산주의 사상과 휴머니즘이 교묘하게 혼합된 사상인데, 겉으로는 인권 평등 정의 박애를 구현해 가는 것 같지만 철저하게 유물론적 사회주의 사상이 감춰져 있다. 유혈혁명을 통한 볼셰비키 혁명과 마오주의가 실패로 끝나자 네오 마르크시즘을 주창하며 문화혁명을 꿈꾸게 된 것이다. 거기서 나온 사회운동 흐름이 유럽을 휩쓸었던 68혁명이고 동성애를 무기로 한 성정치 운동 등이다.
이정훈 교수의 말을 빌리면 “그 모든 반기독교 운동은 한 마디로 교회의 입을 닫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더 이상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복음을 자유롭게 외치지 못하게 만드는 거라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차별금지법 등이 통과된 유럽 지역에서는 “예수만이 구원”이라고 외치거나 “동성애가 죄”라고 선포하면 처벌 받는 역차별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의 말대로 유럽의 교회들은 입을 닫고 침묵을 하게 됐다. 그 결과 교회는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이런 때에 그는 현대판 사도 바울이 되어 침묵을 깨고 한국교회를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그가 가는 곳마다 목회자들의 의식이 전환되고 성도들이 깨어나고 있다. 그는 날선 이성의 검을 가지고 이 시대 교회를 해체 시키려고 하는 젠더 이데올로기의 실체와 음모, 전략을 낱낱이 해부한다. 그리고 교회의 영광성과 거룩성을 무너뜨리려는 반기독교 세력의 가면을 벗겨내고 양을 삼키려는 이리의 민낯을 드러나게 한다. 최근엔 그 모든 이론과 사상, 전략과 대안을 집약한 ‘교회 해체와 젠더 이데올로기’를 출간하기도 했다.
나는 그 책의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우리 시대에 목회자가 반드시 읽어야 할 딱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이 책을 추천하겠다. 목회자가 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이 책을 읽고 소리 내지 않는다면 비겁한 도망자다.’ 그렇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여, 침묵이 죄다. 지금 침묵하면 영원히 침묵해야 할 상황이 오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이 시대의 거룩한 사상전과 영적 전쟁에 동참해 함께 소리쳐야 한다. 한국교회는 민족의 심장이 아닌가. 개화기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조국 근대화와 선진화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는 민족의 심장이 아니었는가. 한국교회가 무너지면 민족의 희망도 장담할 수 없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가 평화와 화해의 꽃밭을 이루는 분위기가 아닌가.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민족의 심장이 되고 그 심장으로 외쳐야 한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시온의 소리] 침묵이 죄다
입력 2018-03-0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