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현안보다 북·미 대화 고려 鄭 실장에 특사단 수석 맡겨
실시간 통신 힘든 北 상황 감안 대통령 의중 잘 아는 윤건영 투입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 최고위급을 총동원한 특별사절단 카드로 북·미 대화 견인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투톱’ 체제가 1박2일간 총력전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북·미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한 핵심 인물이다. 정 실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서 원장은 2000년, 2007년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 깊이 관여한 대북통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회동도 조율했다. 비록 회동은 불발됐지만 국정원 라인이 북·미 대화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확인된 대목이다.
대북 특사는 2007년 8월 김만복 국정원장 이후 11년 만이다. 당시엔 2차 남북 정상회담 조율이 특사의 목표였다. 이번에는 남북 간 현안보다는 북·미 대화 중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의전 서열상 서 원장보다 아래인 정 실장이 특사단 수석을 맡은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할 친서 내용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친서를 통해 김여정 대남 특사의 파견에 사의를 표명하고 남북 관계 진전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방북을 초청한 만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야 할 필요성을 직접 강조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밀사’ 형식으로 이뤄졌던 특사단 파견 사실을 이번엔 사전에 공개했다. 과거 대북 지원을 매개로 남북 관계 돌파구를 뚫기 위해 특사가 파견됐던 것과 달리 북·미 대화와 비핵화 협상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특사단은 과거와 달리 남북 간 현안에 중점을 둔 특사가 아니다”며 “북한의 김여정 대남 특사가 공개적으로 내려온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의 동반 파견은 한쪽으로 편향되기 쉬운 북한 등 한반도 정세를 김 위원장에게 포괄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은 서울고, 서울대 선후배 사이다.
특사단 멤버 중 주목되는 인물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다. 윤 실장은 이른바 ‘친노(친노무현)’ 핵심 9인 중 한 명으로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2007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직간접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시간 통신이 어려운 북한의 특성을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을 잘 아는 인사가 특사단에 포함될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대북 파트를 담당하는 김상균 2차장은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실무를 담당한 대북통이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남북회담 전문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
對美-對北 채널 투톱… 북·미 대화 승부수
입력 2018-03-04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