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보다 핵군축 나설듯 “전적으로 美 태도에 달려”
“직접 대화 배제 않겠다” 트럼프 농담 섞인 연설
북한이 북·미 대화와 관련해 “우리가 지향하는 대화는 국가들 사이에 평등한 입장에서 호상(상호) 관심사를 논의 해결하는 대화”라고 밝혔다. 북한이 주장한 ‘평등한 입장’은 핵보유국 지위에서 미국과 상호 핵군축 논의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우리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지만 결코 대화를 구걸하거나 미국이 떠드는 군사적 선택을 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가 북·미 대화 의사를 밝힌 이후 나타난 미국의 동향은 ‘미국이 대화 재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수십년에 걸친 북·미 회담 역사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미국과 전제조건적인 대화 탁자에 마주앉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외무성이 ‘상호 관심사를 해결하는 대화’를 언급한 것은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드는가, 대결의 악순환 속에 누구도 바라지 않는 사태가 초래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 태도에 달려 있다”고 공을 넘겼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 언론인 모임인 그리다이언 클럽 만찬에서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북한이 전화를 걸어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고, 나는 ‘우리도 그러고 싶지만 당신들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긍정적인 일이 생기면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농담이 많이 섞인 연설이어서 실제로 북·미 대화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역대 미 대통령들은 그리다이언 클럽에서 유머 섞인 연설을 해왔고 새로운 정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CNN방송이 이날 북한 관련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으나 백악관은 응하지 않았다.
권지혜 천지우 기자 jhk@kmib.co.kr
특사 방북 앞두고… 北, 美 향해 “평등한 입장” 강조
입력 2018-03-0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