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 돈독한 신뢰로 韓·中 합작 성공 모델

입력 2018-03-04 19:08 수정 2018-03-04 21:16
SK종합화학과 중국 국영 석유화학 회사 시노펙이 합작해 후베이성 우한에 설립한 중한석화 전경. 중한석화는 가동 첫해부터 수익을 내며 한·중 합작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SK 제공

최태원 회장 끈질긴 설득 끝 2013년 10월에 설립 결실
양쯔강 바로 옆에 위치해 제품·원료 수송하기 편리
4년간 영업이익 1조6000억… 2020년까지 7400억 더 투입


지난 3일 중국 후베이성 성도 우한에서 자동차로 1시간쯤 달리자 장강(양쯔강) 바로 옆 방대한 부지에 중한석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중한석화는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이 35대 65의 비율로 총 3조3000억원을 투입해 2013년 10월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중한석화는 다른 화학공장과 달리 해안가가 아닌 내륙에 있다. 우한은 중국의 북쪽 베이징과 동쪽 상하이, 남쪽 광둥성까지의 거리가 각각 900∼1000㎞로 거의 비슷한 교통의 요지다. 중한석화는 내륙 쪽에 넘치는 에틸렌 수요에 맞출 수 있고 바로 옆에 양쯔강이 흘러 배를 통해 제품과 원료를 운송하기 편리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또 중한석화 내부까지 철도가 연결돼 있다.

SK가 시노펙과 합작하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았다. 중국은 엑손모빌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외국 대형 기업들이나 중동 산유국에 한해서만 에틸렌 합작사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기업들엔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최태원 SK 회장은 2006년 4월 후베이성 당서기 면담을 시작으로 10여 차례 중국 정부와 시노펙 관계자들을 만나 끈질기게 설득했다. 이어 SK와 시노펙은 합작 의사를 확인했으나 우여곡절을 겪다 2013년에야 결실을 보게 됐다.

중국에 진출한 SK는 초기에 울산공장에서 30명 정도의 태스크포스(TF)를 파견해 각종 문제를 해결해주고 제조원가와 비용 개선 등 차별적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함으로써 신뢰를 쌓아갔다. 이원근 중한석화 부총경리는 “시노펙은 우리가 돈이나 벌어가는 기업이 아니라 진정한 친구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중한석화는 2014년 가동 첫해부터 147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어 2015년 4650억원, 2016년 3696억원, 지난해에는 6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가동 후 4년간 총 1조6000억원을 벌어들이며 한·중 합작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말 234%에 달했던 부채비율도 지난해에는 35%까지 낮아졌다.

중한석화는 7400억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설비를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에틸렌 기준으로 연산 80만t에서 110만t으로 늘어나며 중국 내 생산 규모 공동 2위로 올라서게 된다. SK는 중한석화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이미 2016년 본사를 상하이 사무소로 옮기며 중국 내 제조를 활성화하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우한(후베이성)=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