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엘시티와 유사한 공법 100대 건설업체에 지도명령
예견된 인재 정황 곳곳서 나와
포스코 작년에도 지적 받아 안전교육 미실시로 과태료도
전문가들 “단기 대응만으론 건설현장 안전사고 못 막아”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에서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이 추락해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고 발생 후 땜질식 처방만 반복할 게 아니라 모든 건설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도록 유인하는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찰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4일 엘시티 추락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고가 예견된 인재였음을 방증하는 정황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엘시티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추락방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가 관할 노동청에 적발됐고, 안전교육 미실시로 2차례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누적된 안전불감증이 결국 참사로 이어진 셈이다.
고용 당국은 해당 건설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 상태다. 또 사고가 발생한 엘시티 외부구조물 작업과 유사한 공법을 사용하는 전국 100대 건설사에 안전작업대 문제를 확인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단기적 대응만으로 안전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권혁면 연세대 연구교수는 “사고가 나면 특별근로감독이 들어가서 수백건씩 적발사항을 잡아내고, 관련업계가 조사하는 식의 대응이 반복된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재수 없게 걸렸다’며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건설현장의 산업재해는 악화일로다. 지난해 발표된 산업재해 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1000대 건설업체에서 발생한 재해자 수는 3837명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 사망자 수 역시 184명으로 20.3% 늘었다. 평균 환산재해율은 0.57%로 2012년 0.43%에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권 교수는 “발주자 또는 원청이 현장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도록 유인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정부도 원청과 발주자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 1월 업무보고에서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발주자의 건설계획·설계·시공 등 사업단계별 안전관리 의무를 구체화하고 안전관리 책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하는 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200억원 이상 공공공사를 발주하는 발주청의 안전관리활동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기관장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원청업체의 책임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벌점을 매기는 등 불이익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엘시티 사고에 또 ‘대책’… 정부 ‘사후약방문’ 언제까지
입력 2018-03-0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