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 관련 의회 증언·사위 기밀접근권 제한 등에 불편
백악관 내부 조율·합의 안거쳐… 콘 위원장 “관세 고수 땐 사퇴”
무역전쟁은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의 충동적 결정이었나. 미 NBC방송은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이슈로 분노한 상태에서 무역전쟁 개시 결정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대통령에게 합의를 통한 최선의 조언을 제시하는 백악관 내부 시스템이 무너진 것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의 사임설도 백악관이 이 문제로 내분에 휩싸였다는 증거다.
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한다는 방침을 결정할 당시 다른 골치 아픈 문제 때문에 격노한 상태였다. 한 관계자는 “관세 부과 방침 전날(2월 28일)인 수요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은 몹시 화가 난 듯 보였다”고 NBC에 말했다. 이 방송은 또 다른 두 명의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개시 결정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다른 이슈에 대한 분노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요인으로는 최근 세 가지 사건이 꼽힌다. 첫째, 러시아 스캔들 관련 의회 증언 후 사임을 표시한 호프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 일이다. 둘째는 미 연방수사국(FBI) 내부 수사를 둘러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의 갈등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기밀정보 접근권한 제한이다.
요컨대 러시아 스캔들로 측근들이 모두 백악관을 떠나거나 행동이 제약받는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를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통상위원회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제안한 무역전쟁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NBC는 해석했다.
이 때문에 백악관 내에서 충분한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역전쟁이 결정됐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콘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표 전날 ‘만약 관세 조치를 고수한다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칠 정도로 뜯어말렸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콘 위원장이 이번 관세 조치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당시 콘 위원장과 뜻을 같이하는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느라 ‘미친 24시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행정부와 백악관 사이에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로스 장관은 지난 1일 미국 철강·알루미늄 업계 경영진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는데 정작 백악관 참모들은 누가 회의에 참석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NBC는 백악관 내부 문건을 검토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정부 변호사나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토 없이 이뤄진 게 뚜렷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선포한 철강·알루미늄 업계 간담회가 열리기 12시간 전까지 백악관에서는 관세 정책에 대한 입장 자료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결정이 즉흥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트럼프 무역전쟁, 충동적 결정?… “다른 이슈에 분노한 결과”
입력 2018-03-0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