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4곳중 1곳 ‘대출 문전박대’… 거절률 OECD 1위, 왜?

입력 2018-03-05 05:05

거절률 27% OECD 3위, 회원국 평균보다 4배 높아… 한계기업 비중 13% 육박
정부 비효율적 정책 탓 저성장·저수익 기업 못줄여


한국의 중소기업이 유독 금융기관으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곳 가운데 1곳은 대출을 거부당했다. ‘대출 거절률’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기관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건 정부 지원으로 겨우겨우 버티는 한계기업이 많아서다. 돈을 빌려주면 떼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좀비 중소기업’을 양산하는 정부의 비효율적 정책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선별해 육성할 뚜렷한 방안은 아직 없다.

OECD는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포함해 19개 나라의 중소기업 대출 거절률을 분석한 결과 2016년 기준 평균 6.2%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대출 거절률은 대출 신청건수 대비 거부 비율이다. 숫자가 클수록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대출 거절률은 27.1%로 19개 국가 가운데 3위에 올랐다. 2015년(34.9%)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국보다 거절률이 높은 나라는 헝가리(71.6%) 세르비아(28.1%)뿐이다.

한국 중소기업의 대출 거절률이 높은 것은 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한계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산업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7%에 이른다. 2011년 9.4%였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기존 대출이 많다는 점도 중소기업을 외면하게 만든다. 한국 금융기관의 전체 대출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78.6%(2016년 기준)에 달한다. 이탈리아(17.8%) 미국(18.4%) 프랑스(20.6%)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한계기업 증가와 이에 따른 높은 대출 거절률은 정부 정책이 빚어낸 기형적 결과물이다. 산업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2016년 기준 중소기업 정책의 실효성은 52.4%에 불과하다. 수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전체 중소기업에서 저성장·저수익형 기업 비중은 여전히 59.5%나 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OECD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중소기업은 정부 정책에 힘입어 파산을 면했지만 낮은 경제성장률로 재정적 압박이 큰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도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 정부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키우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만 말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수출 실적이 전혀 없는 내수 중소기업의 수출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수출 실적이 있는 중소기업의 역량을 더 강화하는 방식 등으로 지원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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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