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혈맹’ 이집트를 무기판매의 주요 대상이자 창구로 최근까지 적극 활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달 중 발표 예정인 유엔 제재보고서에 2016년 이집트 해안에서 적발된 북한 화물선 관련 정보 등 북한의 무기거래 조사내역이 실릴 예정이라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가 북한의 ‘주요 고객’인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화물선에는 2600만 달러(약 281억원) 규모의 로켓추진식 무기 3만정이 실려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해당 화물선에 실린 무기의 구매자가 1975년 이집트 정부가 설립한 다국적 방위사업체 ‘아랍산업화기구(AOI)’라고 전했다.
사메 쇼쿠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지난달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관계는 외교 교류에 제한돼 있으며 경제 등 다른 분야 협력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집트가 북한과 여전히 미사일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고 본다.
북한은 이집트를 중동·아프리카 지역 무기거래의 주요 창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집트 카이로 주재 북한대사관은 이 지역의 주요 무기판매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집트 정부는 사실상 이를 방관해 왔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카이로에 체류 중인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직원 김성철과 손종혁은 수단 국영 방산업체와 거래를 계속했다. 김성철은 2016년 박춘일 당시 주이집트 북한대사와 함께 유엔 제재 대상에 포함된 인물이다. NYT는 북한이 박 전 대사를 불러들이고 마동휘 현 대사를 임명한 뒤에도 전과 마찬가지로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처럼 이집트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건 오랜 시간 쌓아온 두터운 군사동맹 덕이다. 북한은 73년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벌인 4차 중동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를 파견해 함께 싸웠다. 오늘날에도 이집트 수에즈운하 인근에는 북한 참전을 기념하는 거대한 AK-47 소총 모양 기념탑이 서 있다.
북한은 이외에도 다양한 수법으로 제재를 피해 외화벌이를 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유엔 관계자를 인용해 사할린주 항구도시 홀름스크에서 지난해 8∼9월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둔갑시키는 ‘석탄 세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안드레아 버거 제임스마틴핵확산방지연구센터 연구원은 WP에 “국제사회가 제재 장벽을 확장해 북한의 교역창구를 막으려 하지만 북한은 이를 쉽게 예측해 우회에 성공한다”고 설명했다.
조효석 기자
北 무기 ‘단골손님’ 이집트… 판매 거점 역할도
입력 2018-03-05 05:05 수정 2018-03-05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