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으로 기준금리 인상 시간표가 한층 당겨지게 됐다.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매파(통화긴축 선호)’ 본색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에선 한은이 4,5월중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그 이유로 총재 교체에 따른 공백기가 없다는 점을 첫손에 꼽는다. 한은 총재가 바뀐다면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새 총재가 취임한 직후 열리는 금통위라서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총재의 연임으로 공백 없이 통화정책을 연속적으로 펴게 됐다.
매파로 분류되는 이 총재의 성향도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무게를 더한다. 이 총재는 지난 임기 동안 정부 정책에 맞춰 다섯 차례나 금리를 인하했지만 임기 막바지에 금리를 올리면서 ‘매파 본능’을 숨기지 않았다. 한은 독립성에 힘이 실렸기 때문에 자신 있게 통화정책을 펼칠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다 한국과 미국 사이 ‘금리 역전 현상’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자본유출 등 부작용이 현실화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의 상단과 한국 기준금리는 연 1.50%로 같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미국 통화정책이 해외 자본의 국내 증권투자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자본의 국내 증권투자가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경기 여건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통위를 마친 뒤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장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아 기준금리를 올릴 명분도 없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4일 “기준금리 인상이 용이해진 것은 맞지만 인상 여부는 경기 상황을 봐야 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즉각 반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경기 상황과 금리 격차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이주열 ‘매파 본색’… 금리 조기 인상설
입력 2018-03-0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