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애인 체육의 代母… 킨슬러재단 수 킨슬러 대표 내한

입력 2018-03-05 00:18
수 킨슬러 킨슬러재단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북한 장애인 체육과 남북협력에 대해 설명하며 두 손을 모으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독일 노르딕스키 경기장에서 훈련 중인 김정현(왼쪽) 마유철 북한 장애인 노르딕스키 선수. 킨슬러재단 제공
“남북관계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지난해 12월, 북한의 올림픽 동계 종목 선수 양성 차 중국에 전지훈련을 다녀왔어요. 이후 북측의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관련 소식을 접하니 얼마나 기쁘던지….”

‘북한 장애인 체육의 대모’ 수 킨슬러(한국명 신영순·72) 킨슬러재단 대표는 오는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패럴림픽 북한 참가에 감회가 남다른 듯 했다. 2005년 조선장애자보호연맹과 인연을 맺은 그는 현재 연맹과 협력하는 유일한 외국인으로 북한 장애인 체육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북한 민족장애자원아지원협력사무소 공동소장이기도 한 킨슬러 대표는 현재 미국과 평양을 오가며 북한 장애인 후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북한 패럴림픽 선수단을 지원키 위해 내한한 그를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만났다.

킨슬러 대표는 지난해 봄쯤 북측에 패럴림픽 회원국으로서 동계종목을 준비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북한엔 동계 패럴림픽 선수가 없었다. 올림픽 참여여부가 미지수인데다 준비 기간도 촉박했지만 킨슬러 재단은 선수 선발 및 훈련을 지원하며 북한 동계 패럴림픽 선수 양성에 힘을 보탰다.

재단이 지원하는 마유철 김정현 선수는 둘 다 전직 탁구선수다. 킨슬러 대표는 “김정현은 운동신경이 뛰어나 탁구선수로 선발됐으나 운동할 때마다 의족이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아무래도 스키는 그런 불편이 적을 거 같아 노르딕스키를 해 볼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재단은 지난해 12월 북한 선수들에게 노르딕스키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중국 장백산(백두산)에서 캐나다인 코치를 섭외해 중국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2주간의 훈련기간 동안 선수들은 한 주간 스키강습을 받은 뒤 나머지 한주는 체력훈련에 힘을 쏟았다. 올해 1월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초청으로 독일에서 열린 ‘노르딕 아지토스 캠프’와 ‘2017-2018 월드 파라 노르딕스키 월드컵’에 참가했다. 킨슬러 대표는 북한 선수단의 독일 체류일정 동안 스폰서로서 이들과 동행했다.

킨슬러 대표는 북한 선수들이 중국과 독일 훈련을 거치며 종목에 대한 자신감이 붙고 실력도 늘었다고 전했다. 선수들에게 ‘어머니’로 통하는 그는 “마유철이 ‘탁구 때보다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하더라”며 “훈련기간이 짧아 메달 가능성은 낮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킨슬러 대표는 1928년부터 42년간 평양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역에서 활동한 프랜시스 킨슬러(한국명 권세열·1904∼1992) 선교사의 며느리다. 그 역시 남편 아서 목사와 미국장로교(PCUSA) 선교사로 활동하며 72년부터 39년간 국내에서 남북한 장애인을 돕는 사역을 펼쳤다.

그는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선수단이 육로와 해상으로 남한을 오가는데 마치 평화의 길이 열리는 것만 같았다”며 “같은 민족으로서, 또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앞으로도 북한 장애인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