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광주 송우초등학교에서는 70명의 1학년 신입생 전원이 머리에 금빛 왕관을 쓰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 학교 5·6학년 학생들은 영화 시상식에서나 봄직한 ‘레드 카펫’을 밟고 입학식에 등장한 어린 후배들을 위해 평소 닦아온 댄스실력을 뽐냈고 학부모들은 한 달여 연습해온 인형극을 선보였다.
같은 날 48명의 신입생을 맞은 광주여상 제57회 입학식에는 졸업 선배들이 십시일반 모금한 ‘동문후배사랑 장학금’ 3560만원 전달식이 곁들여졌다. 장학금은 신입생 48명과 다문화가정 자녀, 성적우수 학생 등 재학생 40명에게 골고루 전달돼 입학식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천편일률적이었던 입학식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유치원과 초·중·고 등 620여곳에서 입학식이 열렸다. 교장 선생님의 지루한 훈화(訓話)가 대부분이던 기존 입학식과 달리 댄스, 마술, 공연, 낭송 등 갖가지 이벤트가 결합된 이색 입학식이 늘고 있다.
교장선생님이 직접 책을 읽어주고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입학 선물을 준비한 학교도 눈에 띈다. 풍향초등학교 윤송자 교장은 지난 2일 코흘리개 1학년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용기 있게 도전할 수 있도록 ‘틀려도 괜찮아’라는 그림책을 학생들에게 직접 읽어줬다. 이 학교 6학년 학생들은 자신의 짝이 된 후배들에게 책을 별도로 선물했다.
신용초등학교 신입생들은 자신의 출생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모습을 부모 등이 직접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편집한 ‘우린 소중한 사람이야’ 특별 상영으로 입학식이 꾸며지자 즐거운 표정이었다. 입학식 하이라이트가 된 동영상에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잘 돌보겠다는 마음을 ‘바늘과 꽃씨’라는 자작시로 담아 학생들을 맞았다. 오정초에서는 마술공연과 ‘행복을 찾은 작은 곰’ 동화구연이 이어졌다.
고교 입학식도 활기가 넘쳤다. 수 년 전부터 신입생 환영 ‘깜짝 공연’이 전통으로 자리 잡은 전남대사대부고에서는 재학생 노래동아리가 올랄라 세션의 ‘서쪽 하늘’, 교사들이 ‘아모르 파티’ 등을 댄스와 함께 선보이자 신입생들이 입을 다물지 못 했다. 정광고에서도 난타동아리와 춤 동아리가 신입생들을 위한 축하공연을 올렸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학생들의 재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입학식을 뒷바라지 하고 있다”며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딱딱한 훈화는 옛말… 축제로 진화한 입학식
입력 2018-03-05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