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임하는 한은 총재 앞에 쌓인 녹록지 않은 과제들

입력 2018-03-04 17:39
최근 연임이 결정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앞길은 결코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현재 1451조원인 가계부채 문제가 무엇보다 심각하다. 이 총재는 박근혜정부의 경기부양 기조에 따라 금리인하에 적극적으로 발을 맞췄다. 임기 중 다섯 차례 금리를 내려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1%에 이른 데는 금리하락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잇따른 금리인하는 가계부채를 크게 늘렸으며 이 총재는 그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재 연 1.50%로 우리와 같은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달 중 0.25%포인트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에서의 자본유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은이 금리를 따라 올리기에는 부담이 크다. 가계의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소비위축과 생산 및 투자 감소, 일자리 부족의 악순환을 낳는다. 산업계의 구조조정이 목전에 닥쳤다는 점 역시 금리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당장 다음 달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이 주목된다. 이 총재의 통화신용정책 방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은 4월이나 5월의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금리가 오를 경우 예상되는 경기급랭 우려 등의 부작용 관리방안은 이 총재의 몫이다. 청와대는 이 총재 연임 배경으로 “통화정책에 관한 명실상부한 최고의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대가 어긋나지 않게 그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돼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 이외에도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고려해야 할 걸림돌은 하나 둘이 아니다. GM현안 등 국내 경기 여건이 불투명한 가운데 특히 미국의 통상압박 등 대외적 악재가 많은 상황이다. 갈수록 정교하고 섬세한 통화정책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청와대 유임 결정 발표 후 기자간담회에서 “4년 전 처음 지명 받았을 때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스스로의 다짐대로 개인적 기쁨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절감해야 할 것이다. 그의 연임에 대해 ‘소통과 안정, 독립성’ 세 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같은 열망에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그의 관록과 경륜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