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 중소 철강업체에 직격탄… “매출 손실 1조”

입력 2018-03-03 05:00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상태서 추가로 부과… 수출에 악영향
정부, WTO 제소 카드 쓸지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산 철강 관세 부과 방침 소식이 전해지자 2일 우리 정부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와 철강업계는 50%가 넘는 관세를 내야 하는 최악의 경우를 피했다는 데 안도하면서도 대미 철강 수출에 입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견 철강업체를 중심으로 매출 손실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트럼프가 언급한 모든 철강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는 애초 거론된 한국·중국 등 12개국의 철강 제품에 53% 관세를 부과하는 안보다 관세율이 낮다. 하지만 미국으로 수출하는 대부분 철강재에 이미 관세가 붙는 상황이어서 추가 관세는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중견 철강업체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는 이날 백운규 장관 주재로 내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미국의 최종결정 전까지 현지 정책담당자와 이해당사자를 접촉하고 설득하는 ‘아웃리치’ 활동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과 접촉해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채택되도록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오는 9일까지 미국에 더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강경 일변도로 무역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설득 작전이 얼마나 효과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철강재의 88%에 이미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관세는 현재 관세에 추가로 부과된다. 넥스틸의 경우 현재 유정용 강관에 46.37%의 관세를 붙여 수출하고 있는데 25%가 추가되면 약 70%의 관세를 내야 한다. 넥스틸은 이미 관세부담 탓에 미국 휴스턴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A철강사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통상 압력을 가하고 있어 추가로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관세가 이대로 확정되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유정용 강관(천연가스·원유 채취용 강철 파이프)과 송유관을 수출하는 중견업체는 사실상 수출불가 수준의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포스코는 전체 매출에서 대미 수출 비중이 2∼3%에 그치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3∼4% 수준이다. 반면 강관 전문 철강사인 휴스틸과 넥스틸은 매출의 80%를 미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중견 철강사인 세아제강도 대미 수출 비중이 20%를 넘는다. 3사의 피해를 합치면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는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에 대해서만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WTO에 제소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박세환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