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더 뉴 CLS’, 굽이치는 산길서도 민첩… 차로유지기능 제법이네

입력 2018-03-05 05:05
메르세데스 벤츠가 3세대 '더 뉴 CLS' 글로벌 시승 행사를 지난달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가졌다. 벤츠는 직렬 6기통 엔진을 처음으로 장착하고, 반자율주행 기능과 실용성을 강화한 더 뉴 CLS를 이달부터 전 세계에 출시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메르세데스 벤츠의 ‘디자인 아이콘’으로 불리는 CLS가 3세대 ‘더 뉴 CLS’로 돌아왔다. CLS는 2003년 ‘4도어 쿠페’라는 새로운 세그먼트(차량 분류 기준)를 개척한 차다. ‘쿠페는 문이 두 개인 2인승’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세단의 안락함과 쿠페의 역동성을 결합해 새 시장을 열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더 뉴 CLS 글로벌 시승행사에 참석했다. 시판 전 모델로 이틀에 걸쳐 산길과 고속도로, 시내를 모두 250㎞ 이상 주행했다. 136㎞ 정도를 가솔린 엔진(CLS 450 4MATIC)으로, 나머지 구간은 디젤 엔진(CLS 400d 4MATIC)과 고성능 모델(AMG CLS 53 4MATIC)로 타며 바르셀로나 주변을 달려봤다.

도로, 산길을 가리지 않는 민첩한 주행능력

바르셀로나 국제공항을 떠나 기암괴석으로 뒤덮인 산 몬세라트(Montserrat)를 통과하는 시승 구간은 멀미가 날 듯 굽이쳤다. 왕복 2차로 구간 옆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펼쳐졌다. 도로 폭은 시내보다 훨씬 좁게 느껴졌고 오르막내리막 경사도 심했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시험하면서도 자칫 조향 실수라도 할까봐 조심스러웠다.

운전대는 굽이 친 산길에서 민첩하게 반응했다. 몬세라트로 향하는 길은 기자가 지금껏 만난 어떤 도로보다도 아찔한 곡선 구간이 많았지만 운전대는 조향 방향에 맞춰 예민하게 움직였다. 정확한 제동능력도 곡선 구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차선유지어시스트(Lane Keeping Assist)’ 기능은 특히 좁은 산길 도로에서 제 성능을 발휘했다. 좁은 도로를 오가면서 차선을 밟을 때면 운전대로 진동을 보내 도로 안에서 차량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게 만들었다. 차선을 크게 벗어나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경우엔 차량 속도를 늦추는 동시에 차선 안으로 차체를 밀어 넣어주기도 했다. 차량이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함께 움직이면서 운전자의 몸을 잡아주는 시트도 곡선 도로에서 더욱 안락하게 느껴졌다.

고속도로에서 주행 기능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가속페달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9단 자동 변속기도 부드러운 변속능력을 보여줬다. 시속 150㎞ 안팎까지 올라갔을 때에도 떨림 없이 고요하게 느껴졌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능동형 차선 변경 어시스트(Active Lane Change Assist)’ 기능이었다. 반자율주행 상태에서 깜빡이를 켜자 계기판에 표시된 자율주행 아이콘에 좌우 방향으로 작은 삼각형 불이 추가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곧장 차량이 스스로 옆 차로를 체크한 뒤 속도를 내고 차로를 안전하게 바꿨다. 여러 차례 고속도로에서 좌우 깜빡이를 변경했는데 매우 매끄럽게 차선을 바꾸는 모습에서는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이 기능은 국가별 인증을 앞두고 있어 국내에 적용될지는 아직 미정이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고속도로 제한 속도에 맞춰 스스로 한계를 정했다. 고속도로에서 최고 시속 100㎞ 구간을 달리다 120㎞ 구간에 돌입하자 자동으로 최고 속도를 상향해 주행 성능을 뽐냈다. 미하엘 켈츠 CLS 개발 총괄 디렉터가 “벤츠 S클래스에서 따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꼭 써보길 바란다”고 자신 있게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상어를 닮은 디자인

벤츠 관계자들은 더 뉴 CLS의 전면 디자인을 언급할 때 ‘상어 코(Shark nose)’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실제 전면부는 앞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으로 만들어져 날렵한 상어 코를 연상하게 했다. 측면 디자인의 경우 높은 벨트라인(창문과 문짝의 경계선)과 프레임 없는 측면 유리창, 낮은 사이드 윈도우를 통해 스포티한 스타일을 강조했다.

내부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움을 끌어 올렸다. 제트기 터빈을 닮은 송풍구는 바람 온도에 따라 색깔이 붉은 색에서 푸른색으로 변해 어떤 온도의 바람을 내뿜고 있는지 시각적으로 알려줬다. 계기판은 12.3인치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2개 연결해 시각적으로 탁 트인 느낌을 줬다. 다만 터치스크린이 아니라 다이얼로 조작하는 방식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내부 인테리어에서 가장 큰 변화는 CLS 역사상 최초로 5인승으로 개발됐다는 점이다. 또 뒷좌석 등받이도 접을 수 있어 적재공간을 최대 520ℓ까지 늘릴 수 있다. 이전 CLS 모델에 비해 실용성을 강화해 가족용으로도 적합하게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다만 뒷좌석 중간 자리는 다소 협소했다. 쿠페 모델인 탓에 뒷좌석 헤드 룸(천정과 머리 사이 공간)도 좁아 키가 큰 사람은 불편할 듯 했다.

CLS 사상 첫 직렬 6기통

더 뉴 CLS는 디젤과 가솔린 모델 모두 직렬 6기통 엔진이 탑재됐다. CLS에 직렬 6기통 엔진이 장착된 것은 처음이다. 이전 모델들은 직렬 4기통이거나 V형 6기통이었다. 특히 가솔린 엔진인 CLS 450 4MATIC에는 직렬 6기통 엔진에 EQ부스트(EQ Boost, 통합 전기모터)와 48V 배터리까지 장착됐다. 이에 따라 최고 출력 367마력에 EQ부스트를 통해 추가 22마력의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EQ부스트는 가속 시 내연기관에 출력을 더하고 내연기관이 큰 힘을 쓰지 않는 순항 주행에서 효율적으로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CLS는 1세대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37만5000여대가 팔렸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2번째로 CLS 모델이 많이 팔리는 국가다. 더 뉴 CLS는 이달 독일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국내에는 올여름쯤 상륙할 예정이다.

바르셀로나(스페인)=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