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지만갑’-‘치인트’ 봄날 스크린 채운 3色 로맨스

입력 2018-03-05 00:10
올 봄 극장가를 채운 멜로 로맨스 장르의 영화들. 위부터 반시계방향으로 ‘궁합’ ‘지금 만나러 갑니다’ ‘치즈인더트랩’의 한 장면. 각 영화사 제공
이승기·심은경 주연 ‘궁합’부터
소지섭·손예진 ‘지금 만나러 갑니다’
박해진·오연서 ‘치즈인더트랩’까지
색깔 다 달라 골라보는 재미 쏠쏠


최근 극장에서 관람한 영화 중 기억에 남는 멜로 로맨스 한 편을 꼽아본다면? 아마도 대번에 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개봉된 작품 자체가 많지 않았으니까. 이런 말랑말랑한 장르는 한동안 한국영화계에서 철저히 외면당해 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큰 흥행을 거두기 쉽지 않아서다. 최근 2년 박스오피스 상위 20위 작품 목록만 살펴봐도 멜로 로맨스는 단 한 편도 없다. 대신 범죄 액션 스릴러를 표방한 강렬한 장르물이 줄을 이었다. 치고 박고 피 튀기는 ‘센’ 영화들에 지친 관객이라면, 올봄이 꽤나 반가울 것 같다.

달달한 사랑이야기들이 3월 스크린을 채운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이승기 심은경 주연의 로맨틱 코믹사극 ‘궁합’부터 오는 14일 나란히 개봉하는 소지섭 손예진의 감성 멜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박해진 오연서의 로맨틱 코미디 ‘치즈인더트랩’까지. 사랑이란 공통분모를 공유할 뿐 저마다 색깔이 달라 골라보는 재미가 있겠다.

‘궁합’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퓨전사극이다. 나라에 흉년이 들자 조정 대신들은 송화옹주(심은경)의 국혼을 추진하는데, 주체적인 성격의 송화옹주가 부마 후보들(연우진 강민혁 최우식)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궁 밖으로 나오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건을 그린다.

영화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을 포착해낸다. 부마 간택을 위해 투입된 역술가 서도윤(이승기)과 송화옹주의 우연한 만남이 반복되면서 둘 사이에 묘한 감정이 싹튼다. 이승기의 진중함과 심은경의 발랄함이 좋은 합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류 역술가 이개시 역의 조복래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2013년 개봉한 ‘관상’과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명당’을 잇는 역학 3부작의 두 번째 편. 홍창표 감독은 “남성 중심의 어두운 이야기나 권력 쟁탈을 다룬 정치 드라마가 대부분인 기존 사극과 차별화하고자 했다. ‘궁합’은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인간 본연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일본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2005년 현지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흥행한 바 있다. 1년 뒤 비가 오는 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가족들 앞에 나타나며 펼쳐지는 이야기. 원작을 본 관객들에게는 자못 익숙한 내용일 테다.

한국판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멜로에 일가견에 있는 두 배우의 만남 때문. 소지섭과 손예진이 부부 호흡을 맞춘다. 소지섭은 “사랑을 주제로 한 연기를 하고 싶던 차에 이 작품을 만났다. 따뜻하고 설레고 먹먹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고 전했다. 손예진도 “멜로를 늘 하고 싶었는데 제작이 잘 안 되다보니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꼭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치즈인더트랩’은 대학생들의 싱그러운 러브스토리다. 완벽해 보이지만 어딘지 베일에 싸인 교내 킹카 유정(박해진)이 평범한 여대생 홍설(오연서)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사건이 벌어진다. 네이버에 연재된 인기 웹툰이 원작인 이 작품은 2016년 드라마로 제작돼 tvN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유정 역을 소화했던 박해진이 영화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아 눈길을 끈다. 김고은이 연기했던 홍설 역은 원작 캐릭터와 가장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은 오연서가 맡게 됐다. 나머지 캐스팅도 거의 다 바뀌었다. 홍설을 짝사랑하는 백인호 역에는 박기웅, 백인호의 누나 백인하 역에는 유인영이 합류했다.

누가 뭐래도 이 영화의 중심은 박해진이다. 석연치 않은 결말 등 여러 논란을 남긴 드라마의 아쉬움을 지우기 위해 소속사와 함께 직접 영화화 작업에 뛰어들었다. 박해진은 “드라마에 비해 스릴러 부분이 좀 더 보강됐다. 유정 캐릭터도 한층 밝게 그려질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영화는 오는 6월 일본에서도 개봉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