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고발운동인 미투(metoo) 열풍을 촉발시킨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조각상이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거리에 등장했다. 작품명은 ‘캐스팅 카우치’. 캐스팅 카우치는 할리우드에서 힘 있는 제작자나 감독이 여배우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그 대가로 출연을 보장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4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설치된 이 조각품은 실물 크기에 온통 황금빛인 와인스타인이 소파에 걸터앉아 있고 오른손에는 오스카 트로피를 쥔 모습이다. LA 지역에서 길거리 예술가로 유명한 플라스틱 지저스와 조슈아 진저 먼로가 공동으로 만들었다. 조각품 제작에 두 달이 걸렸으며 제작비는 두 예술가의 웹사이트를 통해 기부를 받았다.
두 예술가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의 누드 조각상을 미국 주요 도시에 설치하기도 했다. 지저스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할리우드는 오스카로 상징되는 영광을 안고 있지만, 이면에는 ‘캐스팅 카우치’와 같은 암흑세계가 있었다”면서 “와인스타인 사태를 계기로 영화산업이 깨끗해지길 바란다”고 썼다.
오스카 제조기로 통하던 와인스타인은 30년 넘게 상습적으로 여배우, 모델, 회사 직원들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의 회사 와인스타인 컴퍼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마리아 콘트레라스 스위트가 이끄는 투자자 그룹에 인수될 예정이라고 이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정확한 인수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새 법인으로 출범할 영화제작사는 와인스타인 성추문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기금으로 최소 4000만 달러(약 420억원)를 적립할 계획이다.
장지영 기자
할리우드 쫓겨난 와인스타인, 목욕가운 입고 재입성?
입력 2018-03-02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