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위해 식사·청소·세탁… 허드렛일 시달리는 수녀들

입력 2018-03-03 05:00
사진=픽사베이

가톨릭 수녀들이 교회 안에서 노예와 비슷한 상태로 착취 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은 1일(현지시간) 교황청이 발행하는 잡지 가운데 하나인 ‘여성 교회 세계’ 3월호를 인용해 수많은 수녀들이 고위 성직자들과 지역 교구를 위해 허드렛일을 감당해야 한다고 고발했다. 이 잡지는 ‘수녀들의 공짜노동’이란 기사에서 수녀들이 정당한 계약도 없이 고위 성직자들의 식사, 청소, 세탁 등을 도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수녀들이 가명을 통해 가톨릭 내 수녀의 인권과 관련된 문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마리아 수녀는 “수녀들이 추기경과 주교들을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장시간 고된 일을 하지만 같이 식사하자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고, 파올라 수녀는 “시간과 봉급이 정해져 있는 일반 직원과 달리 수녀들은 통상 매우 적은 돈을 받고 이런 종류의 봉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녀들의 경우 신학 박사 학위를 지니고 있을 만큼 학식이 뛰어나도 가사일에 배치되기 일쑤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실 수녀는 “교회 내에서 신부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지만 수녀는 자원봉사자처럼 인식된다. 교회 안의 남녀차별 사고가 여전한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6년 “수녀의 소명은 교회에 대한 봉사이지 노예노동이 아니다”며 “상급자들이 봉사가 아닌 노예노동에 가까운 것을 요구하면 거절하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당시 교황의 발언은 가톨릭에 여성 부제를 두는 것과 관련한 논쟁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다. NYT는 “교황의 소신이 교회 안에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교황이 이번 폭로기사를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