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특사, 비핵화를 주된 의제로 삼아야 한다

입력 2018-03-02 17:37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특사 파견을 공식화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김여정 특사 파견에 대한 답방 형식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미 합동훈련이 예정된 4월 전에 북·미 대화 여건을 만들지 못하면 한반도가 또다시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승부수로 읽혀진다.

대북특사의 1차 목적은 김 위원장의 의중 파악일 것이다. 그러기에 문 대통령의 대북관을 꿰뚫고 있는 동시에 북한과 이야기가 통하는 인사를 보내야 한다. 보수와 진보로부터 모두 인정받고, 미국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중량급 인물이면 더 좋다. 대북특사는 한·미 공동의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대북특사는 철저하게 비핵화 특사여야 한다. 핵 포기 없이는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고, 남북 관계 개선도 기대할 수 없음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인 점을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북·미 대화 없이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는 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임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라는 표현을 끌어내야 한다. 비핵화 의지 표명 등 최소한의 성의도 받아내지 못한다면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움직이게 할 명분이 없다. 감상에 젖어 대북제재의 틀을 훼손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치밀한 전략 아래 추진해야 한다.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과 정책 조율 이후에 파견하는 게 올바르다. 대미특사 파견 등을 통해 최소한의 대화 조건, 역할 분담은 물론 세세한 항목까지 공유해야 한다. 대화 테이블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적 유연성을 주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미국과 100% 의견을 같이할 순 없지만 최소한 오해와 불신은 없어야 한다. 미국과 북한 모두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상대가 아닌 만큼 입체적인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