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한국시간)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의 제임스 하든을 수비하던 LA 클리퍼스 웨슬리 존슨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돌파 동작을 크게 취하던 하든은 순간적으로 3점슛 라인 뒤로 물러섰고, 넘어진 존슨을 몇 초간 물끄러미 바라봤다. 존슨이 일어서고 나서야 그는 3점슛을 던졌다. 손을 떠난 공은 림을 스치지도 않고 골망을 갈랐다.
유독 힘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3점슛을 던지는 하든이기에, 이 장면은 경기 후 많은 뒷말을 낳았다. 하든은 “넘어진 존슨이 나를 바라보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나도 쳐다본 것일 뿐, 모욕을 주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든은 2일 현재 2017-18 시즌 NBA에서 가장 많은 219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2위 스테픈 커리(199개)를 멀찍이 따돌린다. 평균득점 역시 31.3점으로 2위 앤서니 데이비스(28.1점)와 차이가 큰 1위다.
누구보다 많은 3점슛 시도로 누구보다 많은 득점을 이끌어내는 것은 하든만이 아니라 휴스턴 선수들 전체의 모습이다. NBA에 따르면 휴스턴은 공격권을 가진 경우 절반 이상(50.3%) 3점슛을 선택하는 유일한 구단이다. 2위 브루클린 네츠가 휴스턴 다음으로 3점슛 공격을 선호하는데, 3점슛 시도 비중은 40.2%에 불과하다.
이 같은 휴스턴의 ‘양궁농구’는 장거리 득점 시도를 자제시키는 농구 지도자들의 통념 자체를 흔드는 모습이다. 현재까지의 결과를 보면 휴스턴의 새로운 전략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휴스턴은 48승 13패로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경기당 15.5개를 성공시키는 3점슛이 이 같은 질주의 동력이다.
물론 무턱대고 3점슛을 많이 던진다고 해서 고득점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네츠나 클리퍼스가 휴스턴을 따라하지만, 성적은 휴스턴처럼 좋지 못하다. NBA에서는 휴스턴의 ‘양궁농구’가 확실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는 데 무게를 둔다. 확실한 3점슛이 아닌, 먼 거리의 2점 플레이는 극도로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휴스턴은 공격권의 단 5.2%를 미들레인지(자유투 라인과 3점슛 라인 사이 거리)에서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0개팀 가운데 가장 낮은 비중이다. 슈터들의 감이 나쁘지 않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롱투’를 던진다는 얘기다. 많은 점수를 한꺼번에 올리는 3점슛을 선택하고, 이때 파생되는 골밑 공간에 공격을 집중하는 것이 올 시즌 휴스턴의 특색이다.
이는 하든이나 에릭 고든 등 걸출한 3점슈터의 능력, 그리고 크리스 폴이라는 대형 가드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공격이다. 누구나 3점슛을 던지는 휴스턴을 상대하는 수비수들은 골밑에서 멀리 나와야 하는데, 이는 폴의 돌파나 패스를 허용하고 만다. 수비들을 혼란에 빠뜨린 결과 휴스턴은 경기당 26개의 자유투를 이끌어내고 있다. “1979-80시즌 3점슛 라인이 도입된 이후 가장 효율적인 팀”이라는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
14연승 중인 휴스턴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독주를 제어할 팀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상대적으로 주춤하다. 하든이 과연 포스트시즌에서 클리블랜드의 르브론 제임스처럼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있다. 하지만 하든은 인터뷰에서 “바로 올해다. 정말이다”라며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쏘면 3점슛… ‘신궁’ 휴스턴
입력 2018-03-03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