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 520명… 99%가 50∼80대… 남편 내조·자식 출가시키고 학업
김선조(86) 할머니는 2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에 입학한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남아선호 풍조 때문에 남자 조카들부터 학교에 보내느라 공부하지 못했다. 몇 년 전 치매를 앓던 남편을 떠나보낸 뒤 큰아들의 권유로 양천구 양원초등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 22일 양원초를 최고령으로 졸업한 김 할머니는 “중학생이 된다는 생각에 잠도 오지 않을 정도로 설렌다”며 “지금도 들으면 자꾸 잊어버려서 걱정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도전해 꼭 졸업하겠다”고 다짐했다.
평생 남편 도움 없이 아들 셋을 키워낸 고상숙(81) 할머니는 여고생이 된다. 공부를 해보고 싶었던 고 할머니에게 몇 년 전 동네 아주머니가 일성여중을 소개해준 게 계기가 됐다. 중등과정을 마치고 일성여고에 입학하는 고 할머니는 “여고생이 된다니 너무 감격스럽다”며 “더 열심히 학교생활을 해내서 2년 뒤에는 여대생 고상숙이 되겠다”고 말했다.
2일 오전 10시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일성여중·고 입학식이 열린다. 이 학교는 과거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다른 여러 사정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만학도가 주로 입학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올해는 중학교 320명, 고등학교 200명 총 520명이 입학한다. 이 중 99%가 50∼80대다. 10∼40대 학생도 5명 있다.
공부 열정을 불태우며 경기도와 강원도에서 찾아온 이들도 있다. 강원도 춘천에 사는 홍영자(65)씨는 ITX청춘 기차를 타고 일성여중까지 통학할 예정이다. 어린 시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못 갔던 홍씨는 최근 TV방송에 나온 일성여중 이야기를 보고 공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강흥균(74) 할머니도 충남 천안에서 서울까지 전철 통학을 결심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가슴 설레는 팔순의 여중생… 오늘 일성여중·고 입학식
입력 2018-03-0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