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예비후보 등록… 홍보물 인쇄 등 차질 불가피
법정시한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3개월 가까이 지연시켜
국회가 지방선거 의원 정수 조정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6·13 지방선거 지방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2일까지 처리하지 못하게 됐다. 여야는 오는 5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했으나 이번에도 ‘늑장 국회’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방선거 광역·기초의원 출마자들은 결국 선거구가 미확정된 상태에서 등록하게 됐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는 1일 0시5분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정수를 각각 27명, 29명 증원한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예비후보 등록 직전 마지막 본회의는 8분 전인 28일 오후 11시57분 산회했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라 차수 변경을 통한 의결이 불가능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직권상정까지 언급하며 헌정특위 의결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헛수고였다. 정 의장은 본회의 마무리발언에서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28일 오후 만나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고, 개정안은 헌정특위 정치개혁소위까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경 헌정특위 위원장이 전체회의 개최를 한 시간 이상 지연시키면서 개정안 통과에 제동이 걸렸다. 오후 10시가 넘어 특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한국당 소속 안상수·나경원 의원 등이 여야 합의 내용에 불만을 표시해 회의는 자정 무렵까지 정회했다. 그 사이 본회의가 산회되면서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다.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은 선거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3일이었다.
여야의 선거법 지연 처리로 선거관리위원회와 지방선거 광역·기초의원 출마자들이 부담을 떠안게 됐다. 예비후보들은 선거홍보물을 인쇄하기도 어렵고, 선거법 국회통과 이후엔 출마 지역구를 재신고해야만 한다. 선관위는 이날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입후보 예정자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유권자의 알 권리도 침해되고 있다”며 “관련 규정이 조속히 개정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회의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 위반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못된 버릇’이다. 2016년 20대 총선 때도 법정 시한은 2015년 10월 13일이었지만 실제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무려 139일이 지난 2016년 2월 28일이었다. 2014년 지방선거와 2012년 19대 총선 때도 선거구 획정안은 법정 시한을 2∼4개월 넘긴 시점에 처리됐다.
예산안 처리도 매년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여야는 국회선진화법에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이 처음 적용된 2014년 예산안 심사에서 12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 시한(12월 2일)을 지켰다. 당시 여야는 법정 시한 내 처리를 놓고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하지만 2015년엔 48분, 2016년엔 3시간57분 늦게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엔 법정 시한을 나흘이나 넘겼다. 예산안 늑장 처리로 인한 혼선을 막겠다며 도입한 국회선진화법을 정치권이 스스로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선거구 획정 또 법정시한 넘겨… 선거마다 ‘고질병’
입력 2018-03-0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