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소속 지방고용노동청 공무원들이 ‘영업사원’으로 전락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서류를 들고 영세 업체를 찾아다니고 있다. 보험 영업하듯 매일 신규 신청 실적도 집계한다. 임금체불 감시, 근로감독 등은 뒷전이다. 현장에서는 ‘지나친 행정력 집중이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온다.
발단은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률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이 16.4%나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근로자 30인 미만 영세 업체를 직접 지원키로 했다. 19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 근로자에게 1인당 월 13만원을 줘 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신청은 쇄도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말까지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률은 10%를 넘기지 못했다. 고용부는 1월 급여 지급 시기가 2월 중순에 몰려 있어 추이를 봐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용부 관계자는 1일 “2월 27일 기준으로 35% 정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신청률이 정부 예상과 달리 저조하자 지방고용노동청이 총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포항지청처럼 ‘일자리 안정자금 현장접수 전담반’을 구성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담반원들은 서류를 들고 현장에 나가 신규 신청을 받아오는 게 일이다. 별도 전담 조직이 없는 지방고용노동청에서도 소속 공무원에게 신규 신청을 받아오라고 종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일 때문에 다른 업무가 마비된다는 것이다.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준수 등 노동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봐야 할 인력까지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에 차출되고 있다. 한 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매일 실적을 체크한다.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일자리 자금 쓰세요”… 영업사원 된 고용부 지방청 공무원
입력 2018-03-0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