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하나 됨’의 정신 잇자” 신앙 선배들의 뜻 되새겨

입력 2018-03-02 00:00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왼쪽 두 번째)이 1일 서울 종로구 종교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 3·1절 99주년 기념예배와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목회자와 성도 3000여명이 경기도 성남 분당구 양현로 만나교회에서 열린 ‘원코리아연합기도’에서 복음적 남북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성남=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개최된 ‘3·1절 구국기도회 및 범국민대회’ 현장. 5만여명의 참석자들이 나라를 위한 기도회를 가졌다. 구국기도회 진행본부 제공
3·1운동 99주년을 맞은 1일 한국교계는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선배 신앙인들의 목숨 건 나라 사랑 정신을 되새기는가 하면 평화 통일을 향한 금식 기도와 구국 기도회도 이어졌다.

“한국교회, 비판 있더라도 가야 할 길 가야”

“(3·1운동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독립운동 무용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3·1운동은 들불처럼 퍼져나갔습니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당장에 비판을 받더라도 가야 할 길이라면 마땅히 나아가야 합니다.”(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교교회. 한국교회총연합과 평화와통일을위한연대(평통연대) 주최로 열린 ‘한국교회 3·1절 99주년 기념예배 및 심포지엄’에서는 3·1운동 정신을 오늘날 한국교회가 어떻게 계승할지에 대한 제언이 쏟아졌다.

이치만 장로회신학대 한국교회사 교수는 “한국 기독교가 외래종교라는 인식의 틀을 벗어나게 된 대표적인 계기가 3·1운동”이라며 “제국주의에 기독교가 맞서 항거한 일은 세계사에서도 드물다”고 평가했다. 1919년 당시 기독교인 인구가 1.8%밖에 되지 않았지만 3·1운동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6인이 기독교인이었던 점과 3·1운동 직후 3개월간 일제에 기소된 이들 가운데 기독교인 비율이 21%가 넘었음을 강조했다.

이승희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 부총회장은 “3·1운동의 정신은 하나 됨이었다”며 “분열운동의 위장된 포장과도 같은 지금의 한국교회연합운동에서 벗어나 교단과 농어촌, 이념을 뛰어넘는 하나 됨을 위해 반성과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진행된 기념예배에서 설교한 박종화 평통연대 이사장은 “이 땅의 남은 과제는 평화와 통일”이라며 “평화 통일과 민족의 구원을 위해 열심을 다해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훈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 총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3·1운동은 역사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만을 의지해 전국 교회가 하나 돼 참여한 비폭력 무저항 운동”이라며 “그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거나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북한 땅 회복하는 느헤미야 돼야”

남북통일을 위해 사역하고 있는 선교단체와 교회들은 한자리에 모여 금식하며 눈물로 기도했다. 이날 경기도 성남 양현로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에서는 ‘통일과 소망’을 주제로 북한과 통일을 위한 ‘원코리아연합기도’가 진행됐다. 원코리아연합기도는 남북통일을 위해 사역하고 있는 각 단체들이 한마음으로 모여 순수하게 기도하고 예배하는 연합기도회다.

설교자로 나선 서정인(한국컴패션 대표) 목사는 “하나님은 북한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이 전해지길 원하신다”며 “유다 동포들의 소식을 듣고 애통해하며 금식 기도한 느헤미야처럼 한국교회 성도들 역시 북한 동포들을 위해 금식하며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느헤미야가 지은 성벽을 두고 전문가들은 마치 한 사람이 지은 것처럼 튼튼하고 흠이 없다고 평가한다”며 “여러 통일선교단체와 교회들 역시 한마음 한뜻으로 연합해 북한 땅을 회복시키는 오늘날의 느헤미야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서전 ‘거리 소년의 신발’을 쓴 탈북민 이성주(31)씨의 간증도 이어졌다. 그는 “한국 성도들이 먼저 3만2000여명의 탈북민과 친구가 되도록 기도하자”며 “통일이 될 때 그들이 북한에 가서 교회를 복음화시키는 역사가 일어나길 간구한다”고 전했다.

만나교회 2층 시온성전을 가득 채운 3000여명의 성도들은 점심 식사도 거른 채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간절히 기도했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지혜로운 전략이 마련되고 남북한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통일을 위해 무르익을 수 있도록 간구했다.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가 사라지고 남북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해 달라는 기도도 이어졌다. 기도 인도자가 북한 동포 수백만 명이 굶어죽거나 박해당할 때 기도하지 않은 죄를 회개하자고 외치자 성도들은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치며 기도했다.

교계 원로들도 구국 메시지

서울 한복판에서는 ‘3·1절 구국기도회 및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미스바대각성기도성회와 여호사밧기도성회, 하나님나라군대선교회 등이 주최한 대회에선 전국에서 모인 성도 5만여 명이 태극기를 흔들며 나라를 위한 기도를 드렸다.

교계 원로목사들은 연단에 서서 릴레이 설교를 이어갔다. 이태희 민족복음화운동본부 총재는 “역사와 인간의 생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 앞에 기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우리의 간구에 응답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억주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은 “복음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좋은 축복”이라며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의심치 말자”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대한민국은 하나님이 세웠다” 등의 플래카드와 태극기 등을 들고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웠다. 헌법개정 등을 통한 연방제 통일 반대, 한·미동맹 강화와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동우 기자, 성남=구자창 기자 love@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