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건설업계 빙하기… 창사 첫 무급휴직도

입력 2018-03-02 05:03

건설사들이 해외 신규 수주 감소와 플랜트 사업 부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건축 규제로 국내 민간 주택시장 경기가 얼어붙고 있고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발주도 뚝 끊긴 가운데 해외시장 다각화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형국이다.

대림산업은 창사 후 처음으로 플랜트 사업본부 직원을 대상으로 1∼2개월 무급휴직을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지난 21일부터 1주일간 플랜트 사업본부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동의신청을 받은 결과 신청 대상인 1700명 가운데 1500명(85%)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플랜트 사업 부문의 신규 수주가 감소한 탓으로 분석된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림산업의 지난해 플랜트 부문 신규 수주는 2781억원에 그쳤다. 2016년(2조7549억원)의 10% 수준이다. 누적 수주 잔고도 2016년 말 7조347억원에서 지난해 말 3조8695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다른 건설사 중에선 어렵게 수주를 했어도 사업 부실로 손실을 입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매물로 나왔다가 해외 사업장의 대규모 손실로 매각이 무산된 대우건설이 그 예다. 지난해 4분기 모로코 사피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 시운전 과정에서 자재 손상에 따른 재주문 제작으로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났다. GS건설도 지난해 4분기 이집트 ERC 현장에서 809억원의 손실이 나면서 영업이익을 12.6% 끌어내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아랍에미리트(UAE) 카본블랙 정유공장에서 1400억원의 손실을 보면서 지난해 4분기 6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사업장 다각화와 함께 2005년 이후 건설사들이 ‘일단 따내고 보자’ 식으로 수주한 부실 해외 사업장 정리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외 수주 감소에 따라 매년 제기되는 시장 다변화, 금융경쟁력 강화 등 관련 대책은 미흡하다”며 “건설사 차원에서 시공뿐 아니라 설계와 엔지니어링 기술 역량 강화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