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단체들 태극기 집회… 진보 시민단체도 나란히 개최
제주 4·3 유족들, 법개정 촉구… 강제징용자 추모제도 열려
99주년 3·1절인 1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 단체가 주도하는 태극기 집회와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집회들이 잇따라 열렸다. 크고 작은 10개 이상의 집회에 수만명이 참가했다.
진보 성향의 ‘3·1민회 조직위원회’는 오전 11시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3·1혁명 100년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 ‘세월호 진상규명’ 등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3·1민회 조직위 이종문 상황실장은 “3·1혁명 정신을 계승해 대한민국이 새롭게 발돋움하는 데 힘을 모으는 자리”라며 “적폐와 경제·교육·문화 등 사회 전반의 구습을 없애고 한반도 평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윤경 제주4·3항쟁희생자유족회 회장은 “4·3항쟁 70주년을 맞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에선 변화가 없다”며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했다.
‘3·1 99주년 청년학생 친일청산 행동의 날 준비위원회’(3·1 준비위)는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친일 청산을 주장했다. 이들은 “일본으로부터 자주독립을 외친 지 한 세기가 다 돼가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3·1 준비위는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대형현수막을 찢고 한반도기를 들고 나오는 퍼포먼스를 했다. 시민단체 서울겨레하나 회원들은 같은 곳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진에 흙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보수 성향 단체의 집회도 이어졌다. 대한애국당은 이날 오후 서울역 앞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 오후 6시쯤에는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 인근에 설치된 ‘희망촛불’ 조형물을 쓰러뜨리고 유인물에 불을 붙였다. 4·16연대는 희망촛불을 파손한 보수단체 회원들을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일제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위원회’는 광화문광장에서 일본에서 봉환해 온 유해 33위를 모시고 추모제를 열었다. 이들은 “3·1독립만세운동이 99주년을 맞이했지만 일제에 의한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며 “마지막까지 유해를 모셔올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탄핵 무효” “한·미 훈련 중단”… 정치구호에 묻힌 3·1절
입력 2018-03-01 20:04 수정 2018-03-01 2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