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저임금 인상 따른 복지급여 탈락자에 ‘보호특례’ 추진

입력 2018-03-01 18:55
이대로 놔두면 수급권 대거 박탈, 되레 근로의욕 상실 역설적 상황…예측 못한 당국, 뒤늦게 화들짝
중학생 자녀 홀로 키우는 근로자 최저임금 올라 月 157만원 받아

교육급여·한부모 혜택 등 사라져 월급 22만원 오르고 29만원 끊겨


정부가 한시적으로 각종 복지급여의 수급권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복지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서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예고됐는데도 올해 복지급여 수급권자를 선정하는 기준금액은 찔끔 올랐다. 이 때문에 복지급여를 받던 사람들의 수급권 박탈 사태가 불 보듯 뻔하다. 지난해 7월에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뒷북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발생한 ‘복지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한시적 보호특례’ 적용을 검토 중이다. 최저임금이 올해 16.4% 오르면서 기존에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던 근로자가 복지급여 수급권자 선정에서 대거 탈락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복지 공백은 정부가 복지급여 선정 기준이 되는 가구 중위소득을 정할 때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올해 가구 중위소득은 전년 대비 1.16% 오르는 데 그쳤다. 최저임금은 16.4%가 오르는데, 복지급여 수급권자 범위를 이에 연동시키는 작업은 없었던 셈이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받으며 주40시간 근무하는 근로자 A씨의 경우 지난해에 월급 135만2230원을 받았다. 중학생 자녀를 홀로 키우는 A씨는 16만원 상당의 교육급여와 13만원의 한부모가구 아동양육비를 받았다. 지난해 교육급여와 한부모가구 아동양육비 선정 기준금액보다 소득이 적었기 때문이다. 교육급여는 정부가 발표하는 중위소득의 50% 이하, 한부모가구 아동양육비는 중위소득의 52% 이하일 때 준다.

하지만 올해 A씨는 두 가지 복지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A씨 월급이 157만3770원으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올해 교육급여의 선정 기준액은 142만3000원, 한부모가구 아동양육비 선정 기준액은 148만원이다. 월급은 약 22만원 올랐는데, 끊기는 복지혜택은 29만원에 이른다. 되레 손해인 셈이다. 이에 따라 차라리 일하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복지급여를 챙기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나마 A씨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생계급여를 받아야 생활이 가능했던 일부 가구가 올해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일도 빚어질 수 있다. 지난해 월 84만4335원 이하였던 2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 기준액은 올해 85만4129원으로 오르는데 그쳤다.

이런 식으로 가구 중위소득과 연계된 복지급여는 67개에 달한다. 그만큼 복지 공백이 크다보니 정부에서 ‘한시적 보호특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생활이 어려울 경우 복지부장관 또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장이 정하는 사람을 수급권자로 볼 수 있도록 규정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근로자의 근로유인을 되레 떨어뜨리는 식으로 복지제도가 작용할 우려가 크다”며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한시적 보호특례 적용 범위와 우선순위 등을 검토하고 있다. 소득인정액을 산정할 때 소득에서 공제하는 비율을 높여 수급권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전형적 뒷북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확정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가구 중위소득 발표는 지난해 8월에 이뤄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확정됐는데도 복지급여 수급권자 범위를 이에 맞춰 조정하는 작업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