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군은 주한·주일미군 주축 82·101공수사단 특수전 병력
북핵·미사일 시설 제거 임무
개전 초기 부상자 미군 1만명… 민간인 수천∼수십만명 예상
훈련 토대로 ‘전쟁 계획’ 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화에 열려 있다’고 말하면서도 북한 공격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등 군사 옵션을 가다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주 하와이 태평양사령부에서 마크 밀리 육군 참모총장과 토니 토머스 특수전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상(圖上)훈련(tabletop exercise)’을 며칠 동안 수행했다. 이는 북한을 공격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병력 등을 점검하고 북한의 반격에 따른 피해 규모 등을 예상하는 훈련이었다.
미군 지휘부는 이 훈련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관련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규군과 특수전 병력이 투입돼야 하는지를 논의했다. 정규군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위주로 편성되며 특수전 병력은 미 본토에서 파견되는 82공수사단과 101공수사단이 맡는다. 지휘부는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이들 특수부대가 맡는 것이 적절한지를 점검했다. 무인비행기까지 동원해 북한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계획도 검토됐다. 격추된 비행기의 조종사 구출을 비롯해 사망자와 부상자 이동 계획도 포함됐다.
국방부는 이 훈련이 북한에 대한 공습이 결정됐다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 등 유사시에 대비한 것이라고 NYT에 설명했다.
그러나 전쟁 계획은 제법 세밀한 부분까지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군 지휘관들은 부상자들을 후송하는 문제를 중요한 복병으로 지적했다. 또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더라도 개전 초기에 부상자가 미군은 1만명, 민간인은 수천∼수십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북한이 보복 수단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북한과의 전쟁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밀리 육참총장은 “전쟁의 잔혹성은 현역 군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고위 군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우발적인 사고가 갈등을 확대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나 미국의 비행기가 격추되거나 함정이 침몰할 경우 매티스 장관 등 미군 수뇌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미 재무부가 북한과 중국 등 8개국의 선박 28척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해상 차단에 따른 무력 충돌로 번질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군 지휘관들도 전쟁을 피하기 위해 외교적 해법이 최선이라고 믿지만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는 한 전쟁 대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NYT에 설명했다.
밀리 육참총장은 지난 26일 ‘탱크’라고 불리는 미 국방부 청사 내 합참의장 회의실에서 하와이 훈련 결과를 토대로 한반도 전쟁 계획을 보고했다. NYT에 따르면 오는 4월 매티스 장관이 주재하는 미군 주요 지휘관회의가 소집돼 북한에 초점을 맞춘 전쟁 시나리오가 다시 한번 논의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美軍, 지난주 하와이서 ‘북한공격 도상훈련’ 실시
입력 2018-03-02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