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간의 고뇌에 초점 맞춘 연극 ‘아마데우스’ 리뷰

입력 2018-03-02 05:00 수정 2018-03-02 17:46

고뇌는 이상과 현실이 줄다리기를 할 때 생겨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고뇌는 건강한 사회의 증명서이자 공동체의 배수진”이라며 “그 진지가 무너지면 우리는 괴물이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지난 27일 개막한 ‘아마데우스’는 이러한 고뇌에 초점 맞춘 연극이다. 알려졌듯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자신의 평범함을 고통스러워하는 궁정 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리 이야기다.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피터 쉐퍼의 작품으로 1979년 영국에서 초연했다. 84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는 아카데미를 비롯해 각종 상을 휩쓸었다.

아마데우스는 고뇌하는 평범한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생각하게 한다. 천재들의 시대에 나름의 능력을 지닌 평범한 자들의 가치를 새 시선으로 바라본다. 살리에리(지현준 한지상 이충주)는 모차르트(조정석 김재욱 성규)의 음악을 듣고 감명을 받으면서 동시에 좌절하고 증오한다. 자신은 악보를 수십 번씩 고쳐가며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을 모차르트는 수정 한 번 없이 완벽한 악보를 써내려가니 말이다. 따라갈 수 없는 재능에 시기를 느끼기도 하고 스스로 비참함에 고뇌에 빠지기도 한다.

이 작품의 이지나 연출가는 지난해 트위터에 “살리에리는 자신의 재능을 원망했지만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단박에 파악했다”며 “요즘이라면 천재 기획자가 됐을 것”이라고 썼다.

아마데우스의 장르는 한 번에 규정하기 어렵다. 기존 연극무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무대 뒤에선 6인조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하고, 20인조 오케스트라가 준비한 반주음악(MR)도 나온다. 20곡이 넘는 모차르트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배우들도 뮤지컬처럼 가창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몇 차례 공연한 적 있지만 배우들이 창작 넘버를 부르는 건 처음이다. 배우들은 일부 곡을 피아노로 직접 연주한다. 선율을 안무로 표현해 전달하기도 한다.

조정석(사진)은 7년 만에 이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섰다. 조정석이 표현한 모차르트는 익살스럽고 웃음이 헤프지만 음악을 진정으로 즐기는 인물이다. 경박한 농담을 던지고 “작곡은 너무 쉽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매력적인 개성을 지녔다. 영화와 드라마에서와는 또 다른 조정석표 코믹 연기를 볼 수 있다. 4월 29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6만6000∼9만9000원.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