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주년 3·1절을 맞아 어김없이 태극기가 물결쳤다. 유관순 열사·백범 김구·도산 안창호 등 독립운동가의 초상과 ‘자주독립’ ‘독립만세’의 외침도 전국을 뒤덮었다. 올해 기념식은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거행됐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되던 기념식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던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맨 앞줄에 자리할 만큼 독립유공자 및 가족들은 이날만큼은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일제의 국권 침탈에 맞서 온몸으로 항거했던 독립투사들이었기에 이런 대접은 너무 당연하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 앞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이 국가적 예우를 받아야 마땅한데도 상대적으로 불우하고 가난한 삶을 산 경우가 적지 않다. 독립투사들은 일신의 영달과 가족의 안위마저 뒤로 한 채 오직 광복을 외쳤고, 제때 교육받을 기회를 얻지 못한 후손들에게는 가난이 대물림됐다. 시련과 고난이 당대에 그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있겠는가.
개탄스러운 현실은 각종 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한 언론사가 광복회원 6830명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5.2%가 월소득 200만원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훈교육연구원의 2016년 영주귀국 독립유공자 유족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자가(自家)에 거주하는 후손은 19.6%에 불과했다. 자신의 계층을 어떻게 의식하느냐는 질문에 64.1%가 ‘하(下)의 하’라고 대답했다. 15.3%는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고 했는데, 64.5%가 주된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흥사단에 따르면 독립유공으로 훈장을 받았거나 포상을 받은 사람들이 1만5000명 가까이 되는데 그들의 직계비속, 연령대, 학력, 경제수준에 대한 정부의 자료가 없다고 한다. 독립유공자 중 후손이 확인되지 않아 훈장을 전달하지 못한 경우도 5616건에 달한다.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문재인정부는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고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를 100대 국정 과제로 선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에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겠다”까지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독립유공자들은 아직도 가난하고 힘들게 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생존 58명의 유공자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영예로운 활동에 합당한 보답을 하는 게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후손들에게도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보상·보훈 체계도 획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특정일에 그치지 않고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할 일이다.
[사설]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에 대한 처우 대폭 개선하라
입력 2018-03-01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