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출산 대책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입력 2018-03-01 18:26
저출산 재앙이 현실화됐다. 작년 국내 출생아는 전년 대비 11.9% 줄어든 35만7700명으로 역대 가장 적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0만명대로 추락했다.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인구감소 기준인 2.1명보다 크게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초저출산국’으로 분류하는 1.3명에 훨씬 못 미쳤다. 2006년 이후 126조원의 저출산 대책 예산을 쏟아 부은 것 치고는 결과가 너무 한심하다. 그동안의 정책방향이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최악의 인구절벽이 이 상태로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단순히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넘어 국가 위상이나 안위에 치명적 해악을 끼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일각에서 인구문제만을 전담하는 인구청이나 해외이민을 적극 유치하는 이민청을 설치하는 게 필요하다고까지 할 정도로 현실은 심각하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무게중심을 그동안의 국가주도 정책에서 지난해 말 개인 삶의 변화를 통한 출산과 양육지원 쪽으로 옮긴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는 저출산 난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하되 당장 효과를 거두려 하지 말고 치밀하면서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나가야겠다. 집권 기간 내 성과를 얻겠다는 조급함보다는 국가대계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만큼 즉효약이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 엄청난 돈을 쓰고도 실패한 것은 단기처방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일과 직장 등 사회구조적 환경 개선과 아울러 임신과 출산·육아에 대한 이해와 배려, 남성의 적극적인 육아와 가사 참여 등 여러 필요충분조건들이 함께 갖춰져야 해결된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나라들을 보면 예외 없이 오랫동안 이런 과정들을 거쳤다. 정부는 긴 안목에서 임신과 출산, 양육을 가로막는 우리 사회의 틀과 인식을 바꾸는데 주력하며 저출산 현안을 풀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