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 시대를 맞아 중소기업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근로시간마저 단축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가 가장 큰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대표 A씨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현재 2교대 근무를 3교대로 바꾸고 사람을 더 뽑을 생각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일하려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것. A씨는 1일 “중소기업에 오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서 “사람이 부족해 제품 생산을 못해 납기를 맞추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말 수집한 현장사례도 중소기업의 답답한 현실을 말해준다. 경기도 화성의 D사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감당하기에도 어렵다”면서 “실수령액이 줄어들면 회사를 떠나려는 근로자가 많아지겠지만 추가 인력 채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의 W사는 “온라인을 통해 인력채용을 진행하지만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시 5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인력 약 44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30∼99인 사업장에서 약 15만명, 10∼29인 사업장에서 약 12만7000명 등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인력 부족이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15년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의 총 비용 중 약 60%가 제조업에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게 제조 중소기업의 하소연이다. 중기중앙회가 사례를 수집한 기업 5곳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45∼55세다. 젊은 사람들이 소규모 제조업 사업장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6월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차질을 겪을 경우 ‘신규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응답은 16.4%에 불과했다. ‘기존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답변이 42.7%로 훨씬 많았고 ‘설비투자를 확대한다’는 의견이 16.0%였다.
전문가들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 증가를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증대로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보다 공장 자동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권기석 오주환 기자 keys@kmib.co.kr
안그래도 사람 없는데… 근로시간 단축에 中企 인력난 더 허덕
입력 2018-03-0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