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올림픽의 완성은 패럴림픽… 전 종목 전 선수에 관심과 응원을
통일을 이루는 하나의 도구로 장애인 스포츠가 쓰이길 기대
북한의 이번 대회 참가 계기로 교류 통한 관계 개선 기여하고파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를 앞두고 사람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하자 이명호(61)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장애인 스포츠라고 해서 다르지 않고, 다 똑같다”고 말했다. 1999년 방콕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에서 역도 동메달을 딴 그는 장애인 경기인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장애인체육회를 이끌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벨보다 무거운 편견과 싸우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에 위치한 장애인체육회를 찾아갔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폐막 때 조용히 취임 1주년을 맞은 이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회장실 풍경에서도 평창패럴림픽이 목전이라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서류를 든 손님과 직원들이 북적여 약속시간을 넘겨서야 그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대회를 앞두고 잦은 정부 회의에 시달리는 이 회장이지만,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이 회장의 최근 1년은 패럴림픽이 올림픽과 동등하게 인식되게 하려는 투쟁의 시간이었고, 묵묵히 훈련하는 선수들에 대한 격려의 시간이었다. 그는 “패럴림픽의 성공이 진정한 올림픽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창패럴림픽에 참가하는 모두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선수”라며 “전 종목 전 선수에게 관심을 부탁한다”고도 했다.
-평창패럴림픽을 준비한 지난 1년이 매우 바빴을 것 같다.
“올림픽을 홍보할 때 패럴림픽도 함께 홍보해 달라고 틈날 때마다 정부에 요구했다. 조금 우스운 이야기지만, 문서를 생산할 때 ‘올림픽’이라고 하지 않고 ‘올림픽 및 패럴림픽’이라고 넣어 달라는 식의 주장도 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훈련을 강화하기도 했다. 210일간의 훈련일수를 확보해 전지훈련도 다녀오게 했고, 해외 우수 지도자를 유치해 경기력을 향상시켰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이다. 선수단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전지훈련과 국제대회 참가를 늘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했다. 장애인 스포츠도 비장애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과학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전력분석관과 멘털 코치를 두는 등 훈련 여건을 개선했다. 얼마 전 선수들에게는 ‘시합일이 다가올수록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넘어지거나 다치기 쉽다. 화장실에 가다가 손가락을 삐끗할 수도, 휠체어에서 자동차로 옮기다 사고가 날 수도 있다.”
-평창패럴림픽의 시설을 장애인의 시선으로 평가할 수 있겠나.
“경기장의 점자 시설, 접근성 등은 뛰어나다. 다만 나도 조직위원회에 있지만 장애인의 시각에서 100% 만족한다는 것은 어렵다. 장애인의 편의 문제는 형제간에도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교통수단의 이동 과정, 식당·숙소 등 편의시설에서 보이는 문제가 없지 않다. 예를 들어 ‘길의 너비가 1m 이상 돼야 한다’고 했을 때, 딱 1m 너비로 만들어 두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편의시설과 스포츠를 위한 편의시설이 또 다르기도 하다.”
-유독 기억에 남고, 선전을 기원하는 선수가 있나.
“전 종목 전 선수에 대한 관심을 부탁한다. 다만 굳이 꼽자면 이번이 세 번째 패럴림픽 출전인 서보라미(32·여) 선수가 있다. 크로스컨트리에서 두각을 드러내는데 아직 패럴림픽에서 상위 입상 경력이 없다. 나는 이 선수가 22세일 때 처음 봤다. 그때 이 선수를 보면서 ‘이렇게 어려운 훈련을 과연 얼마나 더 버티겠나’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굉장히 꾸준히 한 종목에 매달렸고, 이제 세 번째 패럴림픽에 나간다.”
-한 명을 더 꼽는다면.
“사이클을 하다가 노르딕스키 쪽으로 넘어온 이도연(46·여) 선수를 언급하고 싶다. 리우패럴림픽 당시 사이클 로드레이스에서 은메달을 따낸 선수인데,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동계종목에 도전하는데 과연 어떠한 성적이 나타날지 궁금하다. 힘들게 살아왔을 텐데 표정도 밝고, 계속 열심히 하는 선수라 떠올랐다. 올림픽도 그렇지만 특히 패럴림픽은 참가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이번 패럴림픽에는 북한에서 선수 2명이 온다. 북한의 동계 패럴림픽 참가는 처음인데.
“통일을 이루는 하나의 도구로 장애인 스포츠가 쓰였으면 좋겠다. 단순히 북한에 공을 몇 개 지원하고 휠체어를 몇 대 주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이번 대회 참가를 계기로 장애인 스포츠 전문성을 보급하고 싶다. 북한 선수가 이번에 탈 썰매 형태의 스키에 대해서도 과연 체형 맞춤형인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지원을 하고 싶다. 물론 무작정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는 활용의 효과도 없을 것이다. 하나하나 교류를 하면서 좀더 북한의 수준을 높여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제재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의 노하우를 자연스레 전승하고, 남북 관계 개선에 기여하고 싶다.”
-어릴 적 장애를 얻었고, 역도선수가 됐다. 당시 사회적 편견은 지금보다 극심했을 것 같다.
“사람들이 스포츠로 보지 않고 오락으로 봤다. 장애인이 무슨 운동 시합이냐고 희화화했다. 나는 장애인 체육에도 전문 체육, 엘리트 체육이 있다고 봐 주기를 원한다. 그런데 장애인이 무슨 전문 체육이냐는 편견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경기인 출신으로 장애인체육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장애인 스포츠의 여건을 평가해 달라.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에는 우리 선수들이 공항에서 ‘안 가겠다’고 보이콧하기도 했다. 이후 기구, 장비, 프로그램, 지도자 등 여러 분야가 발전했다. 2005년 11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됐다. 사실 장애인 스포츠의 제도나 구조적인 면에서는 이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다.”
-주어진 삶에 항상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비장애인으로서 듣기에는 과연 가능한 말일까 싶기도 하다.
“나는 기독교인이다. 위만 쳐다보고 살면 자기 자신에게는 한없이 실망한다. 무기력증과 우울증만 남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맙게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갈 때 더 많은 것이 내게 들어오더라.”
-평창패럴림픽의 성공이 진정한 평창올림픽의 완성이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픈 말이 있는가.
“장애인 스포츠도 다 똑같다. 비장애인의 스포츠에 비해 아주 특별히 다르거나 생소하지 않다. 동등하게 봐 달라. 장애인 하키는 비장애인 하키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컬링의 신화는 밴쿠버패럴림픽 은메달이 먼저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설 때 이 회장은 “북한의 참가는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보다 패럴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던 그는, 북한 예술단과 응원단이 오지 않기로 한 실무회담의 결과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선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꼭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그에게 이번 평창패럴림픽은 장애인 체육 도약을 위해 가장 필요한 국민적 공감대를 쌓을 기회로 인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회장은 “패럴림픽은 사회 통합의 축소판”이라고 강조했다.
◆이명호 회장은
△서울(61) △1999년 방콕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 역도 동메달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장 △2008년 베이징패럴림픽 총감독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총감독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 총감독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
[And 엔터스포츠] “패럴림픽은 사회통합 축소판… 컬링신화도 패럴림픽서 시작”
입력 2018-03-02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