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내 약품관리 아직도 불안

입력 2018-03-04 17:48 수정 2018-03-04 21:32
의료기관 내 약화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의약품 관리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조사 중 병원측이 주사제를 나눠썼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사용·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은 오히려 사건사고가 많은 상황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5월18일부터 제조·수입·유통·사용 등 마약류의약품 취급에 대한 모든 과정을 전산시스템으로 보고·저장·상시 모니터링 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시행에 들어간다.

환자는 자신에게 처방된 의약품을 투약 받는데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는 같은 약이지만 자신에게 조제된 의약품을 투약 받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응급상황. 응급실이나 수술실의 경우 평소 환자에게 나온 처방에 따라 의약품을 투약 받지만 위급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수술실 내 비치해 놓은 의약품을 사용한다. 처방을 받아 의약품을 조제해 올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병원약국에서 의약품을 확인하는 절차가 줄어들어 약화사고의 위험은 더 커진다. 약사를 수술시에 배치하는 병원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다.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의약품 관리·투약 문제를 줄이고자 UDS(UNIT DOSE SYSTEM)라는 의약품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병원이 의사 처방에 따라 병동별(총량)로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을 환자별로(병동 단위에서 환자단위로) 조제해 공급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는 의료선진국 일부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도입을 시도한 의료기관들이 있었지만 인력확충 등 국내 의료현실에 맞지 않아 정착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병원약사는 “국내 병원은 의사의 처방, 약사의 조제, 간호사 투여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외국의 경우 한 환자 당 약이 그 환자용으로 해서 불출되게끔 관리하고 있다. 그 방법이 UDS”라며 “UDS는 환자별로 약을 올리면 병동에서 해당 환자의 약을 투약하고, 환자가 여러 사정으로 약을 쓰지 못하면 다시 약국으로 돌려보내 안 쓴 만큼 환자 약값에서 제해주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이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약사 등 조제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의료기관 입장에서 추가 부담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치약도 마찬가지이다. 수술실 등에서 비치약 없이 운영할 수는 없다. 다만 외국에서는 약사의 확인을 받고 수술방 약이 불출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마약류통합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도 “입·출고 전산시스템이 바코드로 인식해 어떤 약을 구매했고, 누구에게 갔는지 히스토리가 남도록 하는 것인데 60∼70개 되는 마약을 조제하기 위해 일일이 찍고 나가야 하는 것은 현재의 의료기관 상황에서 쉽지 않다”며 “일례로 내시경실에 환자가 가서 대기하고 있는데 병원약국에 와서 약을 받아가기 보다 병동에 있는 약을 쓸 수밖에 없다. 결국은 A환자에게 투약하려고 가져간 약을 A환자에게는 못쓰는 시스템으로 이미 준비해놓은 약을 쓰고 A씨에 투약하기 위해 받아가는 약은 다음 검사하는 환자가 쓰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