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비 횡령 등 비리 때문에 문을 닫는 사립학교의 남는 재산을 국고로 회수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또다시 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이 완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법안의 무덤’으로 일컬어지는 법안심사 제2소위로 넘어갔다. 서남대 잔여재산 수백억원이 교비 횡령으로 복역 중인 이홍하(80)씨 일가가 운영하는 대학들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사립학교의 잔여재산 귀속 문제를 다루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서남대법’)을 논의했다. 개정안은 서남대의 잔여재산 600억∼800억원이 설립자 이씨의 부인(서호학원)과 딸(신경학원)이 운영하는 대학들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립학교) 법인들이 가져야 하는 사회적 책무성을 더 높이는 게 필요하다. 사학비리의 고리를 끊는 의미가 있다”면서 개정안 통과를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역대 사학재단은 계속해서 비리와 횡령을 하며 사회적 기여를 못했다. 영구적으로 불법을 계속 자행하는 걸 끊는 정치적 결단이 이 법에 담겼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전체 사학을 과잉으로 옥죄는 것은 사학을 하는 분들을 거의 준범죄자로 보는 수준”이라며 “헌법상 사유재산권 보장 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것 같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의원은 또 이미 폐교된 서남대에 이 법을 적용하는 게 소급입법으로 볼 수 있어 위헌이란 주장도 폈다.
개정안은 결국 법안심사 제2소위로 넘어갔다. 교육부는 제2소위로 넘어가면서 개정안 통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사위 법안심사 제2소위 위원장이 바로 개정안 반대에 앞장선 김 의원이기 때문이다. 제2소위에서 결론이 나야 다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 가능한 구조다. 언제 국회가 열릴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4월부터는 본격적인 지방선거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정안 통과는 물 건너갔다”는 비관적 목소리가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국회에 묶이면서 가장 좋아할 사람은 이홍하와 그 일가”라면서 “로펌 3곳에 의뢰해 법률 검토를 했는데 소급입법이나 사유재산 침해 등 위헌 소지는 없다는 일치된 결론이 나왔는데 (법사위 통과 불발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비리사학 재산회수 ‘서남대법’ 법사위 문턱서 또 걸렸다
입력 2018-02-28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