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초신성 탄생 포착한 아르헨 자물쇠공

입력 2018-03-01 05:05

천체 관측이 취미인 아르헨티나 자물쇠 수리공이 초신성 폭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초신성 폭발 전후를 촬영한 것은 천체 관측 사상 처음이다.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출신 빅토르 부소(위 사진)는 지난해 9월 20일 저녁 자신의 집 옥상에 설치한 천체망원경을 실험했다. 지구로부터 6700만 광년 떨어진 NGC-613 은하가 그날 관찰 대상이었다. 1시간 가까이 하늘을 들여다보던 부소의 렌즈에 은하 외곽에서 별이 폭발하는 섬광이 포착됐다. 그는 친분이 있던 천문학자에게 이를 알렸고, 각국 천문학자들도 ‘SN 2016gkg’로 명명된 이 초신성의 폭발을 관측할 수 있었다(아래).

초신성은 별의 폭발과 죽음을 의미한다. 수명이 다한 별이 폭발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기 때문에 은하 전체의 별 수천억개를 합친 것과 맞먹을 정도로 밝게 빛난다. 특히 우주 팽창의 비밀을 알려주는 열쇠로 통한다. 정밀분석 결과 SN 2016gkg는 무거운 별이 급격히 붕괴해 격렬하게 폭발하면서 수소 흡수선이 관측되는 Ⅱb형 초신성으로 확인됐다.

초신성 폭발을 관측할 확률은 1억분의 1에 불과해 학계에서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간주돼 왔다. 행운의 여신은 아마추어 관측가 부소에게 전문가들도 부러워할 만한 역사적인 관측을 허락했다. 부소는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딘 뒤 어머니의 권유로 천체 관측을 취미 삼은 아마추어 천문학자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소개했다.

미 UC버클리대 알렉스 필리펜코 교수는 “천문학자들은 오랫동안 충격파로 불리는 이런 일(초신성 폭발 장면)을 추적해 왔다”며 “마치 우주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부소의 발견을 계기로 진행된 연구 논문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등재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