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데뷔 무대서 ‘매파’ 시그널

입력 2018-03-01 05:03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신임 의장이 27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하는 위원을 주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더 가속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AP뉴시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적(금리 인상 선호)으로 해석되는 데뷔 무대를 치렀다. 파월 의장의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렸다. 한국 증시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 5일 취임한 파월 의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첫 데뷔 무대를 가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자리였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수준(2%)까지 상승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률이 금리 인상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는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던 지난해 12월 이후 경제 상황이 진전됐다”고 했다. 파월은 수차례 사견임을 전제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취했지만 시장은 그의 발언을 금리 인상이 가팔라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파월 의장 발언 후 금융시장에 반영된 올해 네 차례 금리 인상 확률이 34.4%로 올랐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29.5%였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글로벌 증시는 휘청거렸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파월 의장 발언 후 1.16% 급락했다. 같은 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28일 1.17% 하락한 2427.36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1억원, 2613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는 1.94% 급락한 857.06에 마감했다. 원화 가치도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5원 오른 1082.8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미국 다우 지수가 금리 인상 경계감에 4% 폭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는 변동성이 심해지는 흐름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파월 의장이 증시를 안정시킬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이런 기대는 어긋났다. KTB증권 채현기 연구원은 “금리 인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여지를 지우지 못한 점은 당분간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