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의 전망… “4월 한미훈련 전 북미대화, 조심스레 낙관”

입력 2018-03-01 05:03

문정인(사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연기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4월 첫 주에 재개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국의 북한위원회(NCNK)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한·미 연합훈련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문제는 북한이 보일 반응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만약 미국과 북한 사이에 대화가 있다면 일종의 타협이 있을 수 있다”며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되기 전에 북·미 간 회담이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미래에 북·미가 대화할 것이라는데 조심스럽지만 낙관한다”고 전망했다.

한·미 군사훈련과 관련해 지난주 한국을 방문했던 미 상·하원 군사위원회 대표단과 한국 정부 당국자 간 면담에서 ‘재연기’ 문제가 오갔다고 미 의회전문지 더힐이 이날 보도했으나, 한국 정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문 특보는 또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가 주관한 강연 자리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을 저지할 다자협의 체제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군사행동을 막을 최선의 방법은 북·미 수교”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살얼음판을 딛는 심정일 문재인 대통령은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이 아닌 ‘최대 신중(Maximum Prudence)’의 자세로 모든 것을 조심하고 있다”며 “북한에는 ‘비핵화 좀 받고 미국과 대화하라’ 하고, 미국에는 ‘문턱, 즉 전제조건을 낮춰 북한과 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당장 핵무기는 아니더라도 지금 가진 핵 시설과 핵 물질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수 있는 자세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특보는 또 “북·미가 특정한 합의를 맺고,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이를 다진다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군사 행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을 북한 체제를 전복·붕괴시키려는 적대 행위로 본다는 게 문 특보의 시각이다. 그래서 미국이 핵 문제가 아닌 북한의 인권이나 민주주의 문제 등은 부차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핵 문제는 자기가 결정할 게 아니다’고 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은 과거에 핵 문제를 꺼내면 대화 장소에서 퇴장했는데 이번에는 거부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뭔가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특보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 “전작권이 없다고 해서 군사주권이 없는 건 아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군사주권을 갖고 있으며 대통령이 주한미군더러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북·미 대화의 ‘적절한 조건’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