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인구절벽 현실화

입력 2018-02-28 18:31

지난해 출생아 수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40만명을 밑돌았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6년 말 향후 50년 인구를 추계하면서 가정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사회·경제적 불안정성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고 아이를 갖지 않는 세태가 확산된 결과다.

통계청은 지난해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4만8500명 감소한 35만7700명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출생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저치다. 감소율 역시 두드러졌다. 전년 대비 11.9%나 감소하면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2016년 12월에 2015∼2065년 장래인구 추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7년의 출생아 수가 최악의 경우 38만7000명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현실은 가정한 최악의 상황보다도 3만명 가까이 줄어든 결과로 나타났다.

합계출산율은 전년 대비 0.12명 감소한 1.05명까지 내려왔다. 1.10명을 밑돈 것은 2005년(1.08명)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대도시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서울(0.84명)과 부산(0.98명)은 아예 1명에도 못 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30명 이하를 저출산 국가로 본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OECD의 가장 최신 자료가 2015년 것이긴 하지만, 회원국 간 비교를 한다면 한국이 최저라고 봐도 된다”고 단언했다.

사망자 수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사망자는 28만5600명으로 전년보다 4800명 늘었다. 80세 이상 고령층 사망자가 7.2% 대폭 늘면서 전체 수치를 끌어올렸다. 출생자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의 자연 증가 규모는 7만2000명에 머물렀다. 전년과 비교하면 5만3400명(42.6%) 감소했다. 역시 출생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