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북핵 회동’ 필요하다

입력 2018-02-28 17:32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분열과 기대를 동시에 던져놓고 27일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 부원장의 방남은 천안함 폭침 사건의 아픔을 일깨우며 심각한 남남갈등을 초래했다. 현재진행형이다. 북·미 대화의 문은 열어 놨다. 그러나 비핵화에 대해선 한 마디 공개 언급도 없었다. 진정성을 의심케할 만하다. 북한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추상적인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

미국의 태도는 외견상 완강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말처럼 적절한 조건이 돼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조건은 비핵화다. 핵·미사일 개발프로그램을 위한 시간 벌기용 회담은 원치 않는다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 대북 대화파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갑작스런 사퇴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 더 강경해질 것이라는 신호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런 와중에 4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시작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국민들은 북핵 국면이 어디로 향할지 전혀 내용을 모른 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외교안보 협상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다. 북핵 문제는 조금 다르다. 5000만 국민과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 있다. 그러기에 국민은 북한 및 미국 대표단과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정부는 민감한 부분을 제외하고 방향성 등에 대해 대강이라도 밝히고 국민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남남갈등과 한·미 공조 균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때마침 바른미래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간의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김 부위원장의 방남 등 최근 외교안보 현안을 주제로 해서다. 청와대도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동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 불안과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협치 정신을 발휘해 야당 참여를 설득해내야 한다. 안보 위기 앞에서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모습만이라도 보여준다면 국민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정치권뿐 아니라 각계 인사들과 만나 정반대의 목소리까지 경청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안보에 있어 여야는 물론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평창 이후’ 한반도 상황 앞에선 더욱 그러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해 7월과 9월 두 차례 모두 문 대통령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국당은 보수 정치의 축을 이루는 제1야당이다. 게다가 안보는 한국당이 앞세우는 제1의 가치 아닌가. 이유 여하를 떠나 이번엔 참석하길 바란다. 쓴소리도 얼굴을 맞대고 해야 효과가 크다. 안보 상황을 보는 시각과 대책이 다르다면 문 대통령 면전에서 따지면 된다. 단독 회동만을 또 고집하며 불참하기에는 안보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