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책의 띠지에 적힌 문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띠지에는 세계의 유력 매체들이 쏟아낸 대동소이한 서평이 적혀 있다. “미친 듯이 웃긴다.”(가디언) “큰 소리로 웃었다.”(옵서버) “엄청나게 웃긴다.”(뉴욕타임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은 영국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북유럽 국가들을 탐방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소상하게 기록한 책이다. 부제처럼 진짜 웃기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저자의 걸쭉한 입담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저술가 빌 브라이슨을 연상시키는 필력이다. 아마도 빌 브라이슨이 좀 덜 투덜대면서 북유럽 탐방기를 쓴다면 이런 책을 내놓을 듯하다.
책은 덴마크→핀란드→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웨덴 순으로 북유럽 5개국의 특징을 살피는 구성을 띠고 있다. 이들 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들로 꼽히곤 하는데, 책을 읽고 나면 그 이유를 확인하게 된다. 이들이야말로 “가장 평화롭고, 관대하고, 평등하고, 진보적이고, 부유하고, 현대적이고, 자유로우며, 제일 좋은 교육을 받고, 가장 높은 기술력과 대중음악, 가장 멋진 텔레비전 형사물을 보유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북유럽 국가들이 일군 위대한 업적을 무작정 떠받드는 내용일 거라고 예단해선 안 된다. 이들 나라의 단점도 속속들이 들려준다. 예컨대 핀란드에서 가장 잘 팔리는 처방약은 항우울제나 항정신제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암 발병률이 높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이들 국가에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나태 지수’도 높은 편이다.
저자는 ‘북유럽 신화’를 결딴내고 말겠다는 태도로 탐방기를 시작하지만 결국엔 북유럽 예찬론을 늘어놓으면서 글을 끝맺는다.
독자들은 책을 읽고 나면 저자처럼 이런 혼잣말을 내뱉게 될 것이다. “핀란드인이 세상을 정복하면 행복할 것 같다”고,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헤븐싱키(Heavensinki)’로 바꿔야 한다”고 말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책과 길] 정말 웃기는 북유럽 5개국 탐방기
입력 2018-03-0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