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또 침범했다. 이번에는 정찰기가 대한해협에서 방향을 틀어 울릉도 북쪽 해상까지 올라왔다. 중국 군용기가 우리 영해에 이처럼 가깝게 비행한 것은 처음이다. 우리 군이 전투기를 출동시켜 추적·감시 비행에 나서는 등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했지만 갈수록 대범해지는 중국군의 과시적 행동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곧바로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효과는 의문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영공은 아니지만 영토와 영공을 방어하기 위해 설정한 곳이다. 전쟁을 염두에 둔 사안이고,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군용 항공기가 다른 나라의 ADIZ에 진입하려면 사전에 알려야 한다. 통보가 없을 경우 전투기가 출격한다. 최악의 경우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법적으로 확립된 원칙이 없고, 나라마다 자의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분쟁의 불씨로 작용한다.
중국은 2013년 일방적으로 이어도 해상을 포함한 동중국해 일대를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으로 선포한 뒤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의 일방적인 조치에 맞서 새 KADIZ를 발표하자 수시로 이곳을 침범해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가 아무 통보 없이 KADIZ를 침범한 사례가 지난해 70여건, 2016년에는 50여건에 이른다. 처음에는 남중국해 영해분쟁 및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 속에서 우리를 견제하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남한에 사드가 배치돼 있기에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신경전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될 가능성마저 있다.
지금 우리 군은 중국과 군사직통망(핫라인)을 운용 중이다. 그러나 이는 사후적 조치일 뿐이다. 효과적인 외교경로를 찾아 협상 테이블을 만들고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을 이룰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한·중·일 ADIZ가 겹치는 지역을 3국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주장을 비롯해 학계에서 논의되는 방안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해·공군의 능력을 꾸준히 높여야 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사설] 잇단 중국의 KADIZ 침범… 가볍게 넘겨선 안 돼
입력 2018-02-28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