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브리검·로맥·로하스 등
적은 연봉에도 만족스러운 활약
이번 시즌에도 빅리그 출신보다
팀에 맞는 ‘맞춤형’ 선수들 선호
검증된 용병 재계약 경향도 짙어
‘프로야구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한다’는 외국인 선수들의 면면이 ‘이름값’에서 ‘가성비’로 변화했다. 신인을 제외한 국내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사상 최초로 1억5000만원을 돌파하는 동안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검증된 고효율 용병들은 재계약에 성공하고 있다.
28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국내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지난 시즌 84만5714달러(약 9억원)에서 올 시즌 77만5690달러(약 8억3000만원)로 낮아졌다. 소폭의 하락이지만 의미 있는 변화로 해석된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예전에는 무조건 빠른 구속의 투수, 홈런을 치는 타자를 찾았다”며 “지금은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 팀 사정과 현실에 적합한 선수를 찾는 기조로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단들은 메이저리그 경험만을 주목하지 않고 다양한 리그에서 ‘맞춤형’ 전력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공이 느려도 변화구 제구력이 있는 투수, 장타력이 떨어지더라도 수비 범위가 넓은 타자를 찾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 이후 20시즌간 쌓인 노하우이기도 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과거에는 스카우트 한 사람이 갖는 인상이 중요했지만, 현재는 세부적인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말했다.
화려한 경력에 걸었던 기대가 무너진 학습효과도 있다.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가 구단 최고액인 110만 달러로 영입했던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션 오설리반은 “불펜을 쉬게 해 주겠다”고 호언장담했었다. 팬들은 최악의 투구를 선보이다 조기 방출된 그를 ‘오 설레발’이라 부른다. 오설리반의 자리를 대체한 제이크 브리검은 뒤늦게 시작한 시즌에서 10승을 거뒀는데, 45만 달러가 쓰였다.
SK 와이번스도 ‘만능 내야수’라던 대니 워스를 70만 달러에 영입했지만 지난해 5월 방출해야 했다. 45만 달러로 그의 자리를 메꾼 제이미 로맥이 훨씬 만족스런 활약을 보였다. 총액 40만 달러에 영입한 KT 위즈의 외야수 멜 로하스는 90만 달러짜리 조니 모넬의 대체 선수였다. 1할대의 모넬에 가슴앓이하던 팬들은 로하스를 ‘갓하스’로 대접한다.
부상과 실력 저하를 우려한 구단들은 싸고 젊은 선수를 찾기 시작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출신이 아시아 시장을 노크한다면, 기량이 하향세라는 뜻”이라고 했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대만 출신 선수인 NC 다이노스의 왕웨이중은 26세다.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선수 투자액은 지난 시즌 480만 달러에서 올 시즌 197만5000달러로 대폭 낮아졌다.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에게 320만 달러를 지불했던 두산 베어스는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에게 230만 달러를 쓴다. 한화와 두산 모두 총액은 줄였고, 선발진은 젊어졌다.
검증된 용병을 다시 쓰는 경향도 짙어졌다. 지난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28명 가운데 14명이 재계약이었지만, 올 시즌은 29명 가운데 16명이다. 신규 계약으로 분류되는 두산의 린드블럼, KT의 니퍼트, 넥센의 에스밀 로저스의 경우 이미 한국 리그를 호령한 경험이 있다.
저비용 기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일본프로야구(NPB)와의 머니 게임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어차피 스카우팅 리스트는 한국과 일본의 구단들이 대동소이하다”며 “일본과의 비용 경쟁에서 오는 위험 부담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KBO 용병 농사, 이름값보다 ‘가성비’… 달라진 계약 관행
입력 2018-03-0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