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거부 朴, 결심공판도 불출석… 유기징역 최고 중형

입력 2018-02-28 05:05

“국정 농단한 최고책임자 정치보복 앞세워 진상 호도”
검찰, 중형 구형 이유 밝혀… 변호인단 “檢 증거,추측 불과”
전두환·노태우 이어 세 번째 중형 구형 전직 대통령 오명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심리가 박 전 대통령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거부해온 박 전 대통령은 27일 결심공판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는 ‘피고인이 법정출석을 거부하고 있어 인치(引致)가 현저히 곤란하다’는 구치소 보고서만 대신 전달됐다.

1년 전 2월 27일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변론기일이었다. 이때도 박 전 대통령은 무시전략을 고수하며 심판정에 불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이 대독한 의견서를 통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은 결코 없었다”고 강변했다. 그로부터 약 2주 뒤 헌법재판소는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며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날 검찰은 그에게 유기징역 최고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국선변호인들만 앉아있는 피고인석을 향해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농단한 최종책임자였던 박근혜 피고인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해 달라”고 말했다.

국선변호단은 뇌물수수,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등 주요 범죄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방어논리를 폈다. 심리 절차의 마지막인 최후진술은 박 전 대통령이 없어 생략됐다.

대신 강철구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6일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며 법정에서 읽었던 원고 일부를 다시 낭독했다.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제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합니다.”

결심공판은 약 7시간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최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건보다 공소사실이 더 많고, 법률 쟁점도 많아 통상보다 선고기일을 넉넉히 잡겠다”며 38일 뒤인 4월 6일을 심판의 날로 정했다.

검찰의 중형 구형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검찰은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는데,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은 이 중 13개 혐의에서 공범관계로 묶여 있다. 특히 국정농단 관련 각종 범죄는 박 전 대통령의 직(職)과 권한을 통해 실행됐다.

같은 재판부는 지난 13일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라고 규정하며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최씨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재판 자체를 거부한 점도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심공판이 끝난 뒤 법정에 있던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차라리 사형을 선고하라” “이게 말이 되느냐” 등의 고함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법원청사 주변에서는 태극기를 든 1000여명이 모여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무거운 형이 구형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1996년 8월 6일 검찰은 내란수괴 및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 노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두 사람은 항소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지만 1997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